뱃속에 있는 아이가 유전질환에 걸렸는지 여부를 칩 하나로 손쉽게 알아볼 수 있는 `염색체 이상 진단칩' 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됐다. 생명공학 벤처기업인 마크로젠[038290](대표 박현석.이병화)은 `염색체 이상에 의한 유전병 진단용 BAC칩'과 전용 분석 소프트웨어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시판 승인을 받았다고 9일 밝혔다. 염색체 이상 진단칩이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아 시판되기는 이번이 세계 처음이다. 특히 현재 진단용으로 사용되는 DNA 칩은 세계적으로 3종 정도가 있지만 이들 칩은 모두 칩 1개당 한가지 질환만을 진단할 수 있는 저밀도 칩인데 비해 이번 `BAC칩'은 인간의 염색체 질환 대부분을 진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번에 승인된 진단칩은 지난 2001년 마크로젠이 한국인 게놈프로젝트를 통해 발굴한 약 10만개의 DNA조각(BAC 클론) 중 염색체상의 특정 부위를 대표하는 DNA조각을 슬라이드 위에 고밀도로 집적시켜 특정 염색체의 수적, 구조적 변화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식약청은 이 칩을 허가하면서 다운증후군, 에드워드증후군, 파타우증후군, 터너증후군, 클라인펠터증후군 등 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5가지 유전질환을 조기에 진단하는데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칩이 태아의 성 염색체를 진단하는 것도 가능해 태아 성 감별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칩의 진단방법은 우선 검사 받고자 하는 사람의 검체(양수.융모막.제대혈.말초혈액.태반융모.배양세포)를 채취한 뒤 이들 검체에서 DNA 추출과 표지화 과정을 거쳐 이미 DNA가 집적돼 있는 `BAC칩'과 반응시킨 다음 스캐닝 장비로 염색체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기존 염색체 진단방법인 `핵형분석법'은 양수와 제대혈 등의 검체에서 세포를 추출한 다음 배양 등의 수작업을 거쳐 2주일만에 46개 염색체가 정상인지를 일일이 확인하는데 비해 이번 기술은 생명공학기술(BT)에 정보기술(IT)을 융합함으로써 검사기간을 4일 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마크로젠은 14명을 진단할 수 있는 키트 1세트를 병원 등에 개당 약 20만원 정도를 받고 판매함으로써 환자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국내 염색체 이상 진단시장은 연간 약 200억원 규모로 핵형분석법의 경우 환자부담이 약 50만원에 달하고 있다. 함춘유전연구소 황도영 소장은 "BAC칩은 핵형분석 등 기존 방법보다 더욱 간편하고, 유전자 이상에 의한 질병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진단할 수 있는 획기적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마크로젠 생명과학연구소 이종호 박사는 "BAC칩은 유전질환 외에도 암과 백혈병, 염색체 미세결실 등 염색체의 수적, 구조적 변화를 수반하는 염색체 이상 질환에 이용될 수 있다"면서 "후속연구를 통해 BAC칩의 활용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용어설명 BAC칩 = 30억 개의 인간 유전체(게놈) 전체 염기서열 중 약 10만개씩의 염기들을 나누어 담고 있는 DNA 조각인 BAC(Bacterial Artificial Chromosome) 클론을 칩 컨텐츠로 사용하여 방대한 인간 유전정보에 대한 분석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칩.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