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의 협상력을 가진 미국과 맞설 협상전문가가 없다는 게 문제지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준비 중인 정부 관계자의 토로다. 그는 지난달 3일 한·미 FTA 협상이 선언된 직후부터 협상단 구성 업무를 맡고 있지만 협상단이 언제 다 꾸려질지 모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답답해 했다. "60여명의 기존 협상팀은 캐나다 아세안 멕시코와 협상하고 있지요. 3월엔 인도와도 협상을 시작해야 합니다. 다들 꽤 큰 나라들이어서 이들과 협상하기에도 벅찬데 이젠 미국이라는 대국을 만났으니…." 새로 인력을 뽑으면 되지 않느냐고 묻자 그는 고개를 저었다. "미국은 협상팀만 130여명에 달하는데다 다들 5~10년씩 자기 분야를 담당한 전문가들입니다. 더구나 협상은 그들의 모국어인 영어로 진행되잖습니까. 협상 경험이 없는 신규인력을 이제 뽑아서 투입한다는 게 어떻게 보면 무리일 수밖에요." 신규채용을 한다지만 민간에도 국제법과 통상 등에 강한 협상 전문가는 별로 없다. 또 증원에는 행정자치부 등과의 협의도 필요한데 절차를 다 거치려면 두 달도 모자란다는 설명이다. 미국은 벌써부터 협상 방향과 구체적 요구사항을 쏟아내고 있는데 한국은 전문가는 물론 인력조차 채우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IGM 협상스쿨의 전성철 원장(국제변호사)은 "미국과 같은 협상 강국은 대부분의 조직에서 '니고시에이터(협상가)'라는 직책이 있다"고 말했다. '밥 먹고 협상만 하는' 외국의 협상전문가와 협상이 부업인 한국의 아마추어 협상가 간의 싸움은 전문가의 승리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이런 한국측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국측은 공세로 나오고 있다. "가능한 한 이번 협상을 올해 안에 끝내고 싶다"(미국측 대표인 웬디 커틀러 무역대표부 대표보)는 것이다. 한·미 FTA 협상의 진행과정을 보면서 엄청난 액수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제일은행 매각협상,상대방의 정체조차 파악하지 못하던 현대투신 매각협상,뒷북만 친 한·일 어업협상 등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기우일까. 김현석 경제부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