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지점장을 사실상 대기발령과 마찬가지인 업무추진역으로 발령한 것은 정당하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이 같은 판결은 각 은행들이 경영상 필요한 구조조정을 위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뒤 여기에 응하지 않은 직원들에게 대기발령을 내릴 수 있다는 의미를 지니는 만큼 유사 소송에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은행 지점장들이 업무추진역으로 발령나면 월급이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업무추진역은 각 지역본부 소속으로 개인별로 신용카드,대출,예금 등의 업무에 대해 마케팅을 맡는다. 각 은행들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평가를 실시해 성적이 낮은 직원을 상대로 업무추진역,상담역,대기발령 순으로 한직발령을 하다 해고시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이근윤 부장판사)는 업무추진역으로 발령받은 것이 부당하다며 국민은행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김 모씨(51) 등 2명이 국민은행을 상대로 무효소송을 낸 데 대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업무추진역 인사 발령으로 인해 원고들이 입는 경제적 정신적 불이익은 상당히 크다"며 "하지만 고액의 급여를 받는 고위직 지점장 수를 감축할 수밖에 없는 경영상 필요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은행측이 근로 의욕을 잃지 않고 노력하면 지위를 회복할 수 있는 길을 열어뒀고 최소한 생활에 필요한 급여를 지급했다"며 "은행측은 강제 해고를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김씨 등은 한국주택은행에서 근무하다 국민은행이 2001년 11월 한국주택은행을 합병하자 국민은행 소속의 지점장으로 근무해왔다. 이듬해 김씨 등은 회사로부터 업무추진역 발령을 받고 일해오다 같은 해 12월 회사가 구조조정 차원에서 실시한 희망퇴직 신청에도 응하지 않았다. 김씨 등은 2004년 2월 업무추진역에서 상담역으로,같은 해 8월 대기발령을 받은 뒤 결국 지난해 2월 휴직 처분을 받자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