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상권은 구역별로 고객층의 연령·소비수준·성향 등의 특성이 다르며,따라서 이 같은 특성에 맞춰 점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컨대 강남역 6번과 7번 출구에 가까울수록 가격경쟁력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주머니가 얇은 20대 초중반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북적대는 곳이기 때문이다. 강남역상권은 유동인구가 많은 만큼 가벼운 먹거리 점포가 아직도 유망한 편이다. 이 상권에 음식점만 337곳이 몰려 있는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서정헌 중앙소상공인지원센터 업무개발팀장은 "강남역에서 가까운 지역은 10~20평짜리 점포에서도 장사가 가능해 창업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게 든다"며 "학생들을 상대로 한 분식점을 열더라도 대학가와는 메뉴나 매장분위기 등에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통 대학가 분식점은 2500원짜리 메뉴가 일반적이지만 여기서는 3000~3500원 정도 받아도 가격저항은 없는 대신,이 상권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유행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인테리어는 서구풍으로,메뉴는 퓨전 스타일로 준비하는 게 좋다는 지적이다. 교보타워쪽 먹자골목에서 창업하는 경우 직장인 중심의 한식점이나 바 형태의 주점이 유망하다고 창업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대학생 유동인구가 적은 대신 교보타워 등 업무용 빌딩의 직장인들이 활동하는 주 무대이기 때문이다. 점심위주 장사에는 보쌈,감자탕,초밥집,전골집 등 한식점이 짭짤한 업종으로 꼽힌다. 감자탕은 5000~6000원,초밥집은 1만원 정도에 가격을 책정해야 저항이 없다는 게 현지 음식점 주인들의 전언이다. 동태탕은 5000원짜리가 일반적이지만 이를 업그레이드해 7000원짜리 동태전골을 준비할 줄 아는 점주라야 돈을 번다는 얘기다. 이 구역은 허름한 단란주점들이 급속히 퇴조하는 추세이므로 세련된 바 형태 주점이 아니면 손님을 끌 수 없다는 것. 2007년말 지하철 9호선 개통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씨티극장 뒤편 이면도로에서 교보타워사거리 방향 북쪽으로 가는 좁은 길 양쪽에 점포를 확보,창업하는 것도 좋은 투자전략이 될 수 있다. 북쪽의 9호선 이용 고객은 물론이고 남쪽의 2호선 이용 인구까지 동시에 겨냥할 수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곳은 현재 3~4층짜리 저층 업무용 건물과 단독주택이 산재한 상권 공백 구역이다. 이 지역에서는 학생 대상의 한식점을 권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인근 학원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젊은이 대상의 한식점에 초점을 맞추면 좋을 것"이라며 "4500원 정도 가격의 오징어덮밥,양념불고기,부대찌개류 메뉴를 갖추는 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강남역상권이 유행에 민감하다고 해서 생소한 업종을 급격히 도입하려는 시도는 위험하다. 시장 선점도 중요하지만 특정 업종이 정착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과거 실내 서바이벌게임장,DVD·노래방·PC방 복합점 등 새로운 업종이 이 상권에서 실험에 나섰다가 실패했던 사례가 수두룩하다. 싼 맛에 2층에 점포를 잡았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교보타워 이면 먹자골목에서 감자탕집을 운영하는 김병우 사장은 "작년에 근처 건물 2층에 권리금 6억원을 주고 들어왔던 전직 회사원이 현재 1억5000만원에 가게를 내놓아도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충분한 사업성 검토없이 섣불리 점포를 인수했다가 거덜난 케이스"라고 말했다. 강남역 상권은 뜨내기가 많고 변덕 심한 젊은 층이 주 고객이다보니 한 물 가기 시작하는 장사를 뒤늦게 시작했다가 낭패보는 경우도 허다하다. 교보타워 인근 한 일식집 사장은 "2년여 전에 유행했던 묵은지 가게들이 최근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며 "고전적인 삼겹살 전문점은 그런대로 버티지만 삼겹살에 묵은지 하나 올리는 식으로 유행을 좇는 스타일은 금세 소비자들이 식상해한다"고 말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