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기업 사냥꾼이 이머징 마켓(신흥 시장)을 소란스럽게 하고 있다.'


최근 칼 아이칸의 KT&G 공격은 세계적으로 '주주 행동주의'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수익에 굶주린 '기업 사냥꾼'들이 이머징 마켓으로까지 사냥터를 확대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를 '레이더스 택틱스(Raider's tactics·침략자 또는 투기꾼의 전략이나 책략을 의미함)'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한국은 이머징마켓 중에서도 외국인이 가장 공략하기 힘든 시장이어서 아이칸의 공격이 어떻게 결론날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굶주린 기업 사냥꾼의 '실험'


칼 아이칸이 KT&G를 공략하는 방법은 전혀 새로울 게 없다.


일정한 지분을 확보한 뒤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제시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우호 세력을 확보해 세 대결로 몰아가는 아주 '상식적인' 방법이다.


새로운 것이라곤 그동안 기업 사냥꾼이나 헤지 펀드들이 공격을 애써 자제하던 이머징 마켓으로까지 대상을 넓혔다는 점.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이칸이 미국의 미디어 재벌 타임워너 공략(분사 요구)에서 성공하지 못하자 KT&G와의 긴 싸움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아이칸의 시도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해 주주 행동주의에 나서고 있는 헤지 펀드 등 많은 펀드들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현재 세계의 모든 시장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헤지 펀드는 1조2600억달러에 달한다.


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사모 펀드 역시 2460억달러에 이른다.


이들 펀드는 이미 프랑스 독일 미국 일본 시장 등에서는 이익 극대화를 위해 기업 인수·합병(M&A)이나 분사를 권고하며 이를 달성하는 등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만큼 아이칸의 KT&G 공격이 성공할 경우 이머징 마켓에서도 언제든지 자신들의 입김을 강하게 불어넣으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이 변화에 늦은 대표적인 신흥시장의 하나여서 KT&G와의 싸움이 길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작년 소버린은 SK를 공격하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철수했다.


한국 금융시장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조차 겨우 일정 수익을 얻는 데 그치고 있는 만큼 아이칸의 실험도 어떻게 결론날지가 관심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아직 관망 중


KT&G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 펀드 대부분은 섣불리 태도를 결정하지 않은 채 관망 중인 것으로 관측된다.


세계적 기관투자 자문 기관인 ISS(기관투자가서비스)가 아이칸측 사외이사를 지지하는 권고안을 냈지만 실제 펀드의 입장은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고 월가 전문가들은 밝혔다.


한 관계자는 "KT&G에 투자하고 있는 외국 펀드는 대부분 장기 가치 투자자"라며 "이들은 아이칸의 공격이 성공한다고 해도 효과가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어 쉽게 아이칸을 지지하려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KT&G에 투자하는 외국 펀드는 나름대로의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KT&G 주식을 포함한 만큼 쉽게 매도나 추가 매수에 나설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