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도 절도 없는' 노숙자가 웬 은행 통장? 우리은행은 최근 서울시가 마련한 '쉼터의 장'에서 기거하는 일용직 노숙근로자의 월급(일당 5만원)을 관리해주는 '희망! 새출발 특별우대통장'이란 상품을 내놨다. 노숙근로자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도록 보통예금은 연 3.0%(일반고객 0.1%),1년제 자유적금은 연 6%(일반고객 연 3.5%)의 특별금리를 제공한다. 인출 이체 송금 등 모든 수수료도 면제해준다. "우대금리와 수수료 면제를 고려하면 역마진이 나지만 토종은행으로서 노숙근로자에게 재활의 꿈과 희망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란 설명이다. 상품이 나오자 보름 동안 300여명의 노숙근로자가 가입했다. ◆사회공헌 상품 출시 붐 사회적 약자와 사회공헌(봉사) 활동을 하는 고객들에게 우대 금리와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주는 상품이 경쟁적으로 나오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 1일 기부금(후원금)을 모으는 개인이나 단체에 1.0%포인트의 금리를 더 얹어주는 공익상품 '함께하는 사회통장'을 내놓았다. 신한·조흥은행은 2일 '사랑의 약속예금' 상품의 금리를 0.3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8월 출시된 이 상품은 헌혈,장기기증,입양,출산,보훈대상 유공자 등에 해당하는 경우 0.9~1.1%포인트의 보너스 금리를 제공한다. 외환은행은 지난해 12월7일부터 올 1월 말까지 사회공헌 상품인 '나눔예금'을 1조원어치 판매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말 헌혈 또는 장기기증 등록자들이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3년 동안 0.2%포인트의 금리를 깎아주는 사회공헌 서비스를 실시했다. ◆자금 중개가 진정한 사회공헌 은행권이 공익상품 출시경쟁에 나서고 있는 것은 "공적 기능을 무시한 채 돈장사에만 치중한다"는 여론을 의식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은행이 지난 한 해 동안 13조37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는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자 금융계 안팎에서는 과도한 예대마진과 수수료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은행의 사회공헌활동 내용을 해마다 공시하고 '사회적 책임보고서'를 발간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은행의 최우선 공적 기능은 실물경제가 잘 돌아가도록 자금 중개 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실물경제의 최대 현안은 양극화"라며 "안전한 담보대출에만 매달리지 말고 성장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해 자금 지원을 제대로 하는 것이 은행의 공익성을 제대로 살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