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참가자들은 정부가 내놓은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이 실제 수급에 변화를 가져올 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가 급감하고 있어 자본수지마저 유출초과로 돌아설 경우 지난달초 961원을 저점으로 한 환율 상승세가 본격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환율 변동폭 확대와 잦은 외환정책 변경으로 투기가 확산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출대금 유입 지연 가능..외환수급 급반전 주목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재정경제부가 1일 발표한 외환거래 규제완화 방안 가운데 대외채권 회수의무 제도 완화 부분을 주시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들이 해외 수출후 받는 대외채권 가운데 1년6개월내 회수해야 하는 규모를 건당 `10만달러 초과'에서 `50만달러 초과'로 5배 확대했다. 50만달러 이하 채권이 전체 수출의 절반을 웃도는 56.3%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규모의 자본 대외유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윤덕룡 연구위원은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특성상 자본수지 조절 외에는 마땅히 환율을 적절히 조정할 길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는 환율 조절의 유연성을 상당히 늘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데다 50억~60억달러로 추정되는 배당금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자본 유출 변수가 생겨 환율이 급등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정경제부 권태균 국제금융국장은 "경상수지와 자본수지가 모두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며 외환시장 수급의 대전환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국은행의 외화대출연계 통화스왑 대상을 시중은행에서 다른 기관으로 확대키로 한 점도 외환시장 개입용 실탄(달러 매수용 원화 자금) 확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외환 거래량·변동폭 확대..안정성 강화 기틀 은행권 딜러들은 외국환 포지션 한도 완화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월말 자기자본의 20%로 제한돼 있는 은행의 외국환 포지션이 30% 수준까지 늘어나면 거래량도 상당히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 거래량 확대는 역외세력의 환투기에 대한 대응력을 키울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외환 거래량과 변동폭이 동시에 늘어나면 시장 자율성도 커져 환율이 한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을 완화시킬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은행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환율이 하루에 채 1원도 안 움직이더라도 하락세는 며칠째 지속하곤 했다"며 "올들어 거래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늘었으나, 은행이 환율 도매시장 조성자 역할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시장 규모가 더 커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홍콩, 싱가포르 등은 포지션 한도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평균 외환거래량은 지난 2004년4월 200억달러를 넘었으나, 무역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4%에 불과해 영국의 108.9%나 43.7%인 싱가포르는 물론 20%를 넘는 미국과 일본, 홍콩 등에 크게 뒤지고 있다. ◇잦은 정책 변경 역효과 우려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올들어 환율 변동성이 상당히 커진 상황이라 추가로 변동폭이 확대되면 시장이 혼란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지난달 하루평균 환율 변동폭은 7.40원으로 2년10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외환정책 변경이 잦은 점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재경부가 지난해 7월 내놓은 해외부동산 취득 완화 조치를 올 1월 추가 완화한 데 이어 두달만에 다시 거주목적 해외 부동산 취득을 완전 자유화했기 때문이다. 마땅한 환율 방어 수단이 없는 당국이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보고 역외세력 등에서 환투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관료들은 자신이 내놓은 정책이 1~2년 정도인 임기내에 효과를 봐야 평가 때 유리하다는 분위기"라며 "해외 부동산 투자나 외국인의 원화 차입 등 대책이 별 실적을 얻지 못한다고 무리수를 두면 오히려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기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