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배당 결정에 대한 주주들의 이해를 구하고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생산라인이 있는 파주에서 주주총회를 갖게 됐습니다."


구본준 LG필립스LCD 부회장은 28일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파주 LCD 공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세계적인 LCD단지를 투자자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대규모 투자로 인한 무배당이 장기적으로 주식가치를 높인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주주들을 현장에 모셨다"며 현장 주주총회 배경을 설명했다.


LG필립스LCD가 처음으로 공장에서 연 이날 주총에는 159명의 투자자들이 버스를 타고 와 참가했다.


2004년 고려대 강의 이후 약 3년 만에 기자들과 공식 만남을 가진 구 부회장은 "지난해까지는 구미의 6세대 라인에서 42인치 패널을 찍어내느라 효율성이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부터는 최적 효율인 7세대 라인에서 42인치를 대량 생산하기 때문에 타 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훨씬 앞서게 될 것"이라고 세계 1위 등극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구 부회장은 세계 1위 달성을 위해 당초 내년 1분기로 예정돼 있는 7세대 라인의 완전가동 시기도 다소 앞당겨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PDP와의 경쟁에서도 서로 자신이 있으면 맞붙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PDP는 더 큰 사이즈로 옮겨가지 않겠느냐"며 LCD와 PDP 간 경쟁에서도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세계 LCD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8세대 라인의 향후 규격 전망도 조심스럽게 내놨다. "이런 얘기는 공시 사항이라 나도 모른다"고 운을 뗀 뒤 "하지만 7세대 라인까지 삼성전자와 다른 길을 걸어온 만큼 8세대 규격에서도 다르게 가지 않겠느냐"며 8세대 규격 차별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최근 세계 LCD 시장에서 한국 업체를 빠르게 쫓아오고 있는 대만과 일본에 대해 구 부회장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대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만 업체들이 지난해 예상보다 장사를 잘했다"며 "장기적으로 우리가 가는 방향은 맞는데 단기적으로 제품군에서 잠깐 방심한 측면이 없지 않아 올해는 노트북과 모니터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샤프가 LCD 기술의 원조이고 기술력도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상대"라고 전제한 뒤 "연말에 새로운 생산시설까지 들어서면 (일본 업체의) 점유율이 현재보다 더 올라갈 것 같다"고 점쳤다.


대주주인 LG전자와 필립스의 지분 매각으로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과 관련,구 부회장은 "부모들(대주주)이 일일이 자식들(LG필립스LCD)한테 지분 매각에 대해 알려주겠느냐"며 "우린 그냥 좋은 제품을 싸게 만들어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만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