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오너를 주축으로 톱다운(Top-Down)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를 갖추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도요타식 혁신에 가장 적합하다." 지난 27일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초청으로 방한한 일본 컨설팅회사 LTM의 시모야마 이사오 사장(66·사진).1964년부터 1991년까지 27년간 도요타자동차의 자회사인 도요타차체에서 TPS(Toyota Productivity System·도요타 생산방식)를 직접 수행했던 그는 일본 내에서도 TPS에 관한 한 최고 전문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또 기아차 쌍용차 GM대우차 등 국내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생산 혁신을 위한 컨설팅을 맡는 등 도요타 생산방식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다. 시모야마 사장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도요타 생산방식의 핵심은 기술과 생산 혁신을 이루려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와 '사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오너 중심의 한국 기업들이 TPS를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다"고 말했다. -TPS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 달라. "TPS는 사람을 중심에 놓고 낭비를 최대한 줄여 수익을 높이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간방(看板)과 JIT(Just-In-Time)로 대표되는 생산라인 표준화를 통해 낭비 요소를 줄이고 기술력과 개발력을 높이는 혁신(이노베이션)을 통해 수익을 높이자는 것이다. '수입을 꾀하고 지출은 억제한다'는 오사카 상인의 정신을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 세계적으로 도요타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많은 기업들이 '간방'이나 'JIT'만 도입하면 도요타식 혁신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 두 가지(간방과 JIT)는 TPS를 실천하기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오히려 TPS의 기본 정신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다(낭비)'를 줄이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파악하지 않으면 단순히 모방에 그칠 뿐 도요타식 혁신을 이룰 수 없다." -한국 기업들에 대한 컨설팅을 많이 담당했는데. "1991년부터 3년간 기아자동차,2004년에는 쌍용자동차,지난해에는 GM대우자동차 컨설팅을 맡았었다. 기아차의 경우 당시 일본 마쓰다자동차의 생산 방식을 적용하고 있었는데 양산 2년이 지났는 데도 라인 가동률이 60%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컨설팅을 받고 나서는 가동률이 90%로 올랐다. 그러자 당시 김선홍 기아차 회장이 영구 고문직을 맡아 달라고 청하기도 했었다." -한국 기업에 도요타 방식을 어떻게 적용할 수 있다고 보나. "예전부터 TPS는 일본 기업보다는 한국 기업들에 잘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TPS는 공장장이나 근로자 개개인이 아닌 CEO의 '사상(의지)'에 의해 주도돼야 하는 혁신 활동이기 때문이다.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오너가 낭비 요소와 혁신 요소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전사적으로 추진해야 TPS의 성과를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너 중심의 한국 기업들에 도요타 방식이 적합하다고 본다." -한국과 일본의 기업 경쟁력을 비교한다면. "최근 도요타자동차가 가장 큰 경쟁 상대로 꼽는 회사는 현대자동차다. 그만큼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전자 부문에서는 이미 일본 업체들이 한국 업체에 뒤처졌다. 특히 전자 산업에 있어서 일본 업체들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중국 등 해외로 전전했을 뿐 기술 개발을 포함한 라인 효율성을 높이지 못했다. 반면 삼성전자 등 한국 업체들은 인건비 절감보다는 기술 혁신과 라인 자동화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이게 결정적인 차이였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