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은 연초 보험사 CEO를 초청한 조찬회에서 보험에 대해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보험사 한 임원에게 보험이 한마디로 무엇인가 하며 물었더니 "One for All,All for One(개인은 만인을 위해,만인은 개인을 위해)"라는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윤 위원장은 또 알렉산더 듀마의 명작 '삼총사'에 나오는 "개인은 총사와 국가를 위하고 국가와 총사는 개인을 위한다"는 구호도 인용했다.


모두 보험의 상애(相愛)정신을 나타내는 표현들이다.



보험은 여유가 있거나 건강할 때 한푼두푼 보험료를 낸 후 재정적으로 어렵거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을 때 도움을 받는 금융상품이다.


일종의 안전망 역할을 하는 상품이다.


계약자에게 믿음을 주고 의지할 곳이 돼주는 기능을 하는 게 바로 보험이다.


그러나 모든 보험상품이 다 개인들에게 좋은 것은 아니다.


'내게 꼭 필요한 보험'을 잘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


사회가 고도화되고 이에 따라 위험이 더욱 세분화될수록 이 같은 필요성은 높아지고 있다.


해마다 다양한 종류의 보험상품이 등장한다.


어떤 상품은 빅히트를 치고,어떤 상품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는다.


최근 몇년 사이 이런 트렌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히트상품의 부침이 큰 것이다.


그래서 일부 보험계약자들은 어떤 상품에 가입하는 게 맞는지 헷갈려 한다.


올해도 많은 상품들이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부 당국이 사회발전과 성숙도를 감안해 정책적인 차원에서 판매를 장려하는 상품들이 대거 등장할 전망이다.


대부분 고령화 이슈와 관련된 보험상품들이다.


고령화 준비는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과제라는 점에서 올해엔 이들 상품에 많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올해 선보일 새로운 상품들


우선 건강 측면에선 민영의료보험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 같다.


민영의료보험이란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입원이나 통원 때 실제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을 말한다.


그동안 손해보험사에서 판매하긴 했지만 기존 의료보험제도와 의료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보험사들이 상품개발에 적극 나서지 못하는 등 유명무실한 채로 운용돼온 게 현실이다.


금감원은 고령화 진전에 따른 의료비 증가에 대응하고 국민의 질 높은 의료서비스 수요에 부응하겠다며 다양한 내용의 민영의료보험 활성화 방안을 마련,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매년 보험료를 변경할 수 있는 단기 갱신형 상품이 나올 전망이다.


적정위험률 산출을 위한 기본 통계를 보건복지부와 공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험사의 상품개발 부담을 완화해주는 조치다.


이 경우 보험사는 설령 예상하지 못한 위험률로 인한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1년 뒤 보험료 인상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영할 수 있게 된다.


보험사 입장에선 보다 적극적으로 민영의료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특히 상품설계를 단순화하고 표준화하는 한편 의료비 중 본인부담(법정급여 및 비급여 포함)을 보장하는 생·손보 공동상품 개발도 추진하겠다고 한다.


금융당국은 또 저출산 고령화 진전에 대응해 보험금 대신 요양시설이나 실버타운 입주권 등 현물보상이 가능한 새로운 보험상품 개발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통적인 보험과 은퇴준비층의 니즈에 맞는 자산관리형 보험 등을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모든 위험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가계종합위험관리 상품 등 복합형 상품개발을 유도하기로 했다.


출산 장려를 위해선 △자녀의 성장에 따라 교육비,의료비 등을 지급하는 상품 △자녀 수에 따라 부양자금을 늘려 지급하는 상품 △자녀 수에 따라 보험료 할인 혜택을 차등적으로 부여하는 제도성 특약 등 정책성 상품이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보험가입 트렌드


기존 상품 중에선 증시혼조에도 불구하고 변액유니버설보험과 변액연금보험 등의 인기가 여전한 편이다.


변액유니버설보험은 펀드와 보험이 결합된 성격의 상품이다.


원금보장이 안 되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가입 2년 후부터는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보험계약이 유지되는 특징 때문에 전문직 종사자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가입이 꾸준히 늘고 있다.


변액연금의 경우 고령화,투자,저축,위험보장 등의 이슈를 함께 담고 있는 상품이라는 점 때문에 큰 관심을 끌고 있다.


변액연금은 고객의 보험료를 펀드에 투자해 실적에 따라 노후연금과 사망보험금이 달라지는 투자형 연금 상품.보장내용은 기존 연금보험과 동일하지만 향후 연금으로 지급될 보험료 적립금이 주식 채권 등으로 운용되는 펀드에 투자되고,이에 따른 수익금으로 연금액이 결정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 최근 들어선 기존 보장내용의 미흡한 점을 보충하는 보험 업그레이드도 적지 않게 목격된다.


특히 종신보험 가입자 중에서 이런 사람이 많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연령층은 20~30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입 당시의 상황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가정의 규모나 경제적 상황이 달라진다.


따라서 업그레이드를 통해 보장 내용을 강화하는 것이다.


자녀를 출산하는 경우,승진 혹은 소득이 증가한 경우,주택을 구입한 경우,상속을 많이 해주려 하는 경우,변동된 화폐가치를 반영하고자 하는 경우,또는 그냥 가족에 대한 사랑이 커져 보장을 늘리고 싶은 경우 등 업그레이드 필요성은 각양각색이다.


이 밖에 요즘엔 독창성을 가미한 신상품도 속속 나오고 있다.


주가지수 연동형 연금보험(알리안츠생명),장단기 금리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연금보험(대한생명),당뇨병에 걸렸을 경우 치료비나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전용보험(금호생명)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나와 내 가족의 위험요소와 부족한 부분을 파악해 이를 보완하고 안전망을 튼튼히 하는 방식으로 '새 봄,새 설계'를 해보도록 하자.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