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소비 지출과 해외부동산 취득 등의 목적으로 국외로 빠져나가는 외화가 급증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에 반짝 늘어나던 해외여행 경비지출은 때를 가리지 않고 급증추세가 계속되고 있으며 기업의 해외투자와 개인의 해외부동산 투자도 증가세가 심상찮다. 오랜 경상수지 흑자 행진에 따른 반작용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최근의 외화유출 속도는 고삐풀린 듯 너무 가파르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의 해외여행경비 지출은 11억8천만달러로 작년동기에 비해 25.7% 증가하면서 1월 실적으로는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돌파했다. 1월의 해외여행경비 지출규모는 작년 8월의 12억2천만달러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다. 해외여행비 지출은 여름휴가철에 연중 최고절정을 이루지만 이제는 겨울방학과 설연휴에도 여름 휴가철 못지 않게 앞다퉈 해외여행을 나서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학.연수 경비 해외지출 규모는 1월중 4억1천만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40.0%나급증했다. 유학.연수비 해외지출 역시 미국 등의 가을신학기 시즌에 맞춰 매년 8월에 지출규모가 가장 컸으나 1월 지출규모는 작년 8월의 4억1천만달러와 맞먹는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조기유학이나 연수 등을 떠나는 사람의 절대적인 숫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외이민을 떠나는 사람이나 재외동포가 국내에 남겨둔 재산을 반출해가는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월중 해외이주비와 재외동포의 재산반출액은 2억2천만달러로 작년 동기보다 15.4% 늘었다. 내국인의 해외직접투자는 1월중 4억9천만달러가 빠져나가 작년 1월에 비해 유출규모가 21.9% 증가했다. 주거를 목적으로 한 개인의 해외부동산 취득 증가세는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한은에 신고된 해외부동산 취득건수는 작년 6월까지 단 1건도 없었으나 7월 이후부터 연말까지는 26건에 달했고 올해 1월 한달에만 이미 10건의 취득 사례가 신고됐다. 특히 내년부터는 해외부동산 취득이 완전자유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해외자본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외이자도 1월중 3억8천만달러가 송금돼 34.4%나 증가했으며 증여성 송금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국인의 국내 증시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주식배당금도 곧 대거 해외로빠져나갈 전망이다. 재정경제부의 권태균 국제금융국장은 최근 "오는 3,4월 두달간 외국인의 배당액 대외송금액은 5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은 관계자는 "오랜 경상수지 흑자 행진으로 환율하락 압력이 커지면서 개인의 입장에서는 해외구매력이 커졌으며 그에 따라 서비스수지 부문에서 적자가 커지고 있다"면서 "당분간 이러한 해외지출 증가세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sh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