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추기경 첫 주일미사 집전 "삶이 그리스도 추천장 되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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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을 모시고 사는 이는 사람이 만든 추천장이 따로 필요하지 않습니다.그 사람은 그 자체로 빛과 소금이기 때문입니다.예수님의 제자로서 복음을 전할 때 남자와 여자, 부자와 가난한 사람, 남과 북을 가리지 말고 전해야 합니다.우리 곁의 불행한 사람들이 하느님 품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도록 앞장서야지요."
새 추기경의 메시지는 역시나 '옴니버스 옴니아'(모든 이에게 모든 것)였다.
26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추기경 임명 후 처음 열린 주일 정오미사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모든 계층의 모든 이를 향한 사랑과 자비,평화의 실천을 거듭 강조했다.
평소 400~500명이 모이는 낮 12시 미사에는 본당에만 1300명 이상이 들어와 통로까지 빼곡이 메웠고,본당 옆 문화관에서도 500여명이 모니터를 보며 미사에 참여해 새 추기경 임명에 쏠린 천주교 신자들의 관심을 반영했다.
"이 곳 명동성당은 222년 전 여기에서 사셨던 김범우 토마스의 집이었고 한국 천주교회의 첫 신앙공동체가 형성된 자리입니다. 그 후 102년간 교회는 박해를 받았고 1만명 이상의 순교자들이 피를 흘리셨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부터 120년 전 교회는 이 땅에서 신앙의 자유를 얻었고 올해 제가 두 번째 추기경이 된 것입니다."
미사강론 첫머리에서 정 추기경은 '순교자들의 피'라는 반석 위에 한국 천주교회가 세워졌음을 강조한 뒤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의 탄생을 염원하고 기도해온 신자들과 국민,정부에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추기경이 교황을 잘 보필할 수 있도록 신자들이 신앙인으로서 올바르게 살아줄 것을 당부했다. 추기경은 교황이 하느님의 대리자로서 임무를 훌륭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필할 뿐만 아니라 생명존중,사랑실천,세계평화 등 교황의 뜻을 잘 전하는 것인데 신자들이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해야 추기경의 기반이 튼튼해진다는 것. 성경의 고린도후서에 나오는 것처럼 신자들의 삶 자체가 그리스도의 추천장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예수님께서 세상에 오셨을 때 가난한 사람,소외된 사람을 각별히 보살피셨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이를 본받으려 합니다. 더구나 평양교구장을 겸하고 있는 저를 교황님이 추기경으로 임명한 것은 서울과 평양이 서로 평화롭게 잘 어울리라는 뜻입니다. 현재 북한에는 식량도 자유도 없이 어려운 상황에서 사는 동포들이 많은데 하느님의 자비로 이들이 하루 속히 행복하게 살도록 기도합시다."
올해는 명동에서 한국 천주교의 첫 모임이 시작된 지 222년인데 공교롭게도 정 추기경이 서임받은 날도 2월22일이었다. 이를 두고 정 추기경은 "본래 둘은 하나가 돼야 완전해진다"면서 둘로 갈라져서 불신하고 미워하지 말고 하나가 돼서 믿고 화해할 것을 촉구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돼서 평화롭게 살고 빈자와 부자가 나누고 화합해서 하나를 이루고,보수와 진보가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공존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강론이 끝나자 한복을 곱게 입은 남녀 어린이 두 명이 정 추기경의 목에 꽃다발을 걸어주자 정 추기경은 만면의 웃음으로 화답했고 곧이어 백남용 신부가 작사·작곡한 축가가 울려퍼졌다.
정 추기경은 인사말을 통해서도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더 돌보고 사랑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이자"고 거듭 당부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