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참여'를 목적으로 상장사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외국계펀드 중 실제로 경영에 참여한 곳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중 70%가 주식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으며 일부 외국계펀드들은 '경영참여' 공시제도를 주가를 끌어올리는 수법으로 악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공시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증권선물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상장기업 지분을 5% 이상 취득할 때 보유목적을 '경영참여'와 '단순투자'로 구분해 밝히도록 규정한 개정 증권거래법이 시행에 들어간 이후 '경영참여'로 보유목적을 변경해 재보고한 외국인 주주(기존 경영참여 외국계자본 제외) 18곳 중 이날 현재까지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곳은 세아베스틸 등 5곳에 그쳤다. 나머지는 대부분 지난해 주식을 내다팔았다. 셀런에 투자했던 일본 오피이리미티드는 경영참여 목적을 밝힌 지 3개월여 만인 지난해 7월 지분을 털어냈다. SK㈜와 LG전자를 사들였던 소버린도 각각 6월과 8월 보유목적을 '단순참여'로 바꾼 뒤 차익을 실현했다. 8개 제약업체의 지분을 '경영참여' 목적으로 취득했던 바우포스트는 경동제약 일성신약 환인제약 삼아약품 등 4곳의 지분을 매각했다. 현재 5% 이상 지분을 가지고 있는 외국계 펀드들도 대부분 지분율을 줄이는 중이다. 이 밖에 '단순투자'로 신고했다가 차익 실현 직전에 '경영참여'로 바꾼 사례들도 있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는 당초 LG생활건강 지분 13.34%를 보유하면서 '단순투자'로 신고했다가 6월 '경영참여'로 바꿨고 8월부터 지분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보성파워텍 지분 25.09%를 가지고 있던 ABN암로도 5월 '경영참여'로 보유목적을 바꾼 뒤 팔기 시작했다. 해당기업의 경영권 방어 시간을 주기위해 마련된 보유목적 보고가 오히려 '먹고 튀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경영참여' 의사를 나타낼 경우 5일간만 의결권 행사 및 추가 주식 취득이 제한될 뿐 매각하더라도 별다른 제재가 없기 때문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