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남자 5000m 결승전은 2006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최고의 명승부로 남을 전망이다. 한국과 캐나다 미국 이탈리아 중국 등 다섯 나라가 출전한 이날 결승전은 예상대로 한국과 캐나다가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치열한 접전이었다. 5000m 예선에 출전했던 오세종 대신 송석우를 첫 주자로 기용한 한국은 안현수-서호진-이호석 순서로 대열을 정비했다. 111.12m의 링크를 무려 45바퀴나 돌아야 하는 장거리 경주에서 출발 총성이 울리자 미국이 선두로 나섰고 한국은 2위를 달렸지만,1998년 나가노와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에서 2연패를 이룩했던 캐나다가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3위로 처진 채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던 한국은 27바퀴를 남기고 이호석이 미국을 제치고 2위로 올라섰지만 캐나다는 여전히 앞서 나갔다. 캐나다의 꽁무니만 쫓아가던 한국이 피말리는 접전을 시작한 것은 16바퀴를 남긴 순간이었다. 이번 대회 최고의 선수로 떠오른 안현수는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순식간에 캐나다를 추월,한국이 처음 선두가 됐다. 하지만 캐나다의 저력은 무서웠다. 8바퀴를 남기고 다시 앞서나간 캐나다는 마지막까지 리드를 지켜 올림픽 계주 3연패를 눈앞에 둔 듯했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안현수의 '쇼트트랙 황제 등극'을 위한 서막에 불과했다. 안현수는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 최후의 주자로 바통을 이어받았다. 캐나다 역시 가장 빠른 선수인 마튜 투르콧이 마지막 주자로 나서 결승점을 향해 피치를 올렸다. 안현수는 특유의 외곽 공략에 시동을 걸며 맹렬한 추격전을 개시했다. 팔라벨라 빙상장에 '파이널 랩(final lap)'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려퍼지자 안현수는 폭발적인 스퍼트로 투르콧을 완벽하게 추월했다. 6분43초386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차지했다. 8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한 팔라벨라에는 흥분의 함성이 가라앉지 않았고 태극기 물결속에 '대∼한민국'이 메아리쳤다. 한국이 남자계주에서 우승한 것은 알베르빌올림픽 이후 무려 14년 만이다. 이에 앞서 열린 여자 1000m 결승전은 한국과 중국선수 간의 2 대 2 대결이었다. 초반에 양양과 왕멍이 앞서고 진선유와 최은경이 뒤를 따르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중국의 뒤만 쫓아가던 한국선수들은 마지막 3바퀴를 남겨놓고 스퍼트에 나섰다. 진선유는 외곽에서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고 최은경은 안쪽으로 파고들어 피말리는 순위경쟁이 시작됐다. 중국선수들의 견제가 심하다 보니 추월이 쉽지 않았지만 진선유는 2바퀴를 남기고 양양을 제친 뒤 마지막 바퀴에서 발군의 스피드를 앞세워 왕멍까지 극적으로 따돌려 금메달을 안았다. 최은경은 3바퀴째 양양과 부딪쳐 실격 처리됐고 왕멍이 은메달,양양이 동메달을 차지했다. 안현수는 앞서 열린 500m 결승에서 동메달을 추가했다. 500m 금메달은 부정출발 의혹이 강하게 일었던 아폴로 안톤 오노(미국)가 차지했고,은메달은 프랑수아-루이 트랑블레이(캐나다)에게 돌아갔다. 한국은 금 6,은 3,동 2개로 역대 최다 메달을 획득하며 종합순위 7위를 했고 독일이 종합우승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