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아시아통화단위(ACU)를 산출·공표하는 것을 계기로 아시아 지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단일통화 도입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세계경제 질서는 유럽경제권과 미주경제권,아시아경제권 등 3대 광역경제권 체제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추세다.


그동안 유럽과 미주경제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아시아 지역의 공동체 논의는 외환위기 극복과 달러화 약세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차원에서 1990년대 후반부터 활발하게 진행돼왔다.


21세기 세계경제는 3대 경제권 간 협조와 갈등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는 것이 대부분 예측기관들의 시각이다.


3대 경제권 간에 협조가 강조될 때는 자유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가 성장국면에 놓이게 될 것이다.


반면 3대 경제권 간 갈등이 심화할 경우 보호무역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는 침체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 질서는 이미 확고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미국 달러화와 중심통화로 부각되고 있는 유로화,그리고 3월부터 공표되는 ACU를 계기로 구체화할 것으로 보이는 아시아 단일통화 간 3극(極) 통화체제가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아시아 지역에서는 엔화 위안화보다는 새로운 단일통화를 도입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데 의견이 모이며 한국과 일본 중국 중심으로 상당히 논의가 진전돼왔다.


시각차가 있으나 ACU 공표는 이런 노력의 첫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ACU 공표를 계기로 아시아 지역의 단일통화 도입은 유로화 경로를 걸을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아시아 유로화 도입의 사전 단계로 아시아통화제도(AMS)에 의해 각국 간의 통화가치를 일정 범위 내로 수렴시킨 뒤 아시아중앙은행(ACB)을 설립해 경제 여건이 비슷한 국가부터 우선적으로 단일통화를 도입·확대하는 '단계별 밴드제(two or three-way band system)'를 추진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유럽과 달리 아시아 국가 간의 경제력 격차가 큰 것이 가장 큰 제약 요인이다.


아시아 지역처럼 경제력 격차가 클 경우 단일통화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회원국 간의 환율·금리·물가·재정수지 등의 경제적 수렴 조건을 충족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실적인 제약을 극복하고 아시아 지역에 단일통화가 도입돼 국제통화 질서가 3극 통화체제로 재편될 경우 환율제도는 달러화와 유로화,아시아 단일통화 간의 환율 움직임에 상하 변동폭이 설정되는 목표환율대(target zone)가 도입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를 테면 유럽경제권과 미주경제권 간 경제 여건을 감안해 '1유로=1달러'의 중심환율과 상하 10%의 변동폭이 설정될 경우 달러·유로환율은 0.9∼1.1달러 범위 내에서 움직이게 된다.


이런 과정을 거쳐 3극 통화 간의 가치가 일정 범위로 수렴될 경우 세계 단일통화 창출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세계 단일통화 방안으로는 리테어 벨기에 루벵대 교수가 주장한 테라(Terra)와 달러라이제이션,글로벌 유로화 등이 논의돼왔다.


따라서 ACU 공표를 계기로 앞으로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경제 질서와 국제통화제도에 많은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어느 국가보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이런 변화에 대비해 놓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