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시작된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유럽까지 확산되면서 전 세계가 AI공포에 떨고 있다. 독일 당국은 지난주 야생조류의 AI 바이러스(H5N1) 감염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23일에는 농가에서 기르던 오리가 H5N1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사람이 기르는 가금류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은 유럽에서 오스트리아에 이어 두 번째다. 이에 따라 사람에게까지 AI 바이러스가 감염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감이 유럽대륙을 긴장시키고 있다. ◆유럽 전역 급속 확산 독일 보건 당국은 북부 뤼겐섬의 축산 농가에서 오리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역학 조사결과 밝혀졌다고 전했다. 보건 당국은 AI 바이러스 양성반응을 보인 오리의 샘플을 프리드리히-뢰플러 수의학연구소로 보내 AI의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다. 슬로바키아 정부도 지난 23일 죽은 채 발견된 오리와 매가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바이러스가 확인된 두 지역은 2000여개 이상의 농장에서 3만8000여마리의 가금류가 사육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에서 AI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발생한 나라는 이로써 프랑스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을 포함,8개국으로 늘어났다. 프랑스 중동부 지방에선 죽은 채 발견된 야생오리 한 마리가 H5N1형 AI에 감염된 것으로 지난 18일 최종 확인됐다. H5N1 바이러스가 서유럽의 주요 철새 이동 길목인 프랑스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도 H5N1이 영국해협을 건널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며 긴장하고 있다. 유럽 전역엔 현재 가금류 방역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지난 23일 옥내 사육이 어려운 가금류에 대해 AI 백신 주사를 놓겠다는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요청을 승인했다. 독일은 지난 17일부터 모든 가금류에 대해 방목 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망자 100명에 육박 인도네시아에서는 2주일 전 숨진 23세 남성이 AI에 감염됐던 것으로 최종 확인됨에 따라 인도네시아의 AI 사망자 수가 19명으로 늘었다. 또 인도에서 처음으로 AI로 인한 희생자가 발생했다고 서부 구자라트주 아마다바드 지역의 한 관리가 지난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2003년 이후 AI의 인체감염 발생건수는 총 170건에 이르고 사망자 수는 93명에 달하게 됐다. 앞서 18일 인도 서부 나바푸르주 보건 당국은 최근 수주 사이 집단 폐사한 닭으로부터 H5N1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처음 확인됐다고 밝혔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AI의 안전지대로 남아 있는 미국 등 북미지역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