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먹어 난 병 한약으로 고친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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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과 간의 관계에 대해서 글을 쓰다 보니 오래 전 일이 생각난다.
필자가 본과 4학년 때로 기억되는데 아마도 중간고사 시험기간 중이었지 싶다.
한 해 아래인 모 후배가 시험기간 중 감기에 걸렸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한의과 대학은 본과 3학년이 가장 힘든 학년이다.
이 후배가 양약을 먹으면 졸린다고 먹지 않고 버티다가 시험 치르기가 도저히 힘들어지자 한의학을 전공하는 사람답게 교수님께 상의도 없이 상한론의 '마황탕'을 다려 먹었다.
그 후배는 그날 이후 병원에 입원해야만 했다.
부작용이 난 것이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두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입이 말라서 쩍쩍 갈라지는 느낌이어서 도대체 안정을 취할 수가 없었다.
교수님들께 온갖 핀잔을 들었다.
"본과 3학년이나 된 사람이 그런 탕증도 구별 못해서 병을 더 키워" 하시면서 꿀밤을 때려도 유구무언이다.
필자는 후배의 일이라 전해 듣고 무척이나 걱정도 됐지만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감기 치료하다 급성 간염이라니….
지금 생각하니 상한론의 '마황탕'은 태음인이 감기에 걸렸을 때 열이 없어야 응용 가능한 처방인데 추측컨대 소양인이었던 후배가 짧은 한의학 지식으로 덥석 사고를 친 것으로 생각된다.
또 하나의 아이러니는 한약을 잘못 먹어서 생긴 간염을 한약으로 치료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발견된다.
후배가 자신의 체질과 병증에 맞지 않는 약으로 인해 급성 간염을 유발시켰다면 그 후배를 치료해 주신 교수님은 체질과 병증에 맞는 한약으로 치료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역시 '체질과 병증에 맞느냐,맞지 않느냐'인 것이다.
오래 전부터 진료해 온 한 여학생이 있었다.
지금은 대기업에 취업해 예쁜 숙녀로 성장했다.
초진 때 이유 없이 피로감이 가시질 않는다고 투덜거리다 체질침을 맞고 피로가 사라졌다며 좋아했다.
태양인인 그녀는 육식과 기름기를 철저히 가려 먹어야 한다는 말에 낙담했으나 체질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체질식을 잘 지켜 만성 피로감이 사라지고 얼굴의 기미 같은 검은 피부도 맑아졌다.
이제는 체질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생활하는 그녀는 누구보다 건강 미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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