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섭씨 30도가 넘는 겨울이라니.두바이 사람들은 "지금이 활동하기에 최고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가만히 있어도 맥이 풀려 버린다.
하지만 무더위는 볼보가 두바이를 테스트 드라이브 장소로 정한 이유다.
볼보 최초의 하드톱 컨버터블 모델인 '올 뉴 C70'의 묘미를 맛보려면 '비 내리지 않는 더운 곳'이 최적이기 때문이다.
시승코스는 두바이 도심에서 알 아인 시를 거쳐 오만에 들른 뒤 다시 두바이로 돌아오는 450km 구간.고속도로는 물론 사막을 가로지르는 시골길과 가파른 산길,그리고 복잡한 도심도로가 적절하게 배치된 코스다.
출발은 지붕을 연 채로 시작했다.
시동을 걸고 버튼을 누르자 날렵했던 쿠페가 30초 만에 멋들어진 컨버터블로 변신했다.
뒷좌석을 '죽은 공간'으로 내버리는 일부 컨버터블과 달리 뒷좌석에도 여유를 둔게 눈에 띈다.
이제 출발.번잡한 도심을 지나 한적한 국도로 접어들었다.
도로는 빨랫줄처럼 죽 뻗었는데 오가는 자동차는 많지 않다.
속도를 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이 있을까.
오른발에 힘을 주자 계기판은 어느새 시속 200km를 가리킨다.
최고 속도(시속 235km)에 이르기까진 아직 여유가 있다,최대출력 218마력에 최대토크 32.6kg·m를 자랑하는 직렬 5기통 2500cc 가솔린 엔진은 고속에서도 별로 힘들어하는 기색이 없다.
국도가 끝나자 사막이 나타났다.
잘 닦인 왕복 2차선 아스팔트 도로 양 옆으로 중동의 모래바다가 끝 모르게 펼쳐져 있다.
'삭막한 절경'을 160km의 속도로 지나친다.
간간이 낙타 떼가 보일 때마다 속도를 늦췄지만 금세 시야에서 멀어진다.
그러고 보니 C70은 지붕을 열었는 데도 바람 소리가 그다지 거슬리지 않는다.
일반 세단에서 창문을 활짝 열 때보다 조금 더 큰 정도다.
머리카락도 심하게 휘날리지 않는다.
볼보는 앞 유리 뒤쪽에서 발생하는 난기류를 막아주는 '윈드 블로커(wind blocker)' 덕분이라고 했다.
사막을 지나 풀 한포기 없는 돌산에 오른다.
산 정상(해발 1000m)에 자리잡은 제벨 하피트 머큐어 그랜드 호텔에 차려진 점심식사를 위해서다.
가파른 오르막길도 가뿐하다.
두바이 시내로 돌아올 때는 쿠페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지붕을 닫았다.
안락한 세단이 따로 없다.
"컨버터블과 쿠페를 한 대로 느낄 수 있다"는 볼보의 설명이 빈말은 아니었다.
가파른 오르막길은 이제 '살 떨리는' 내리막길이 됐지만,C70의 부드러운 코너링과 쏠림 방지 장치 덕분에 위험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두바이 시내로 이어진 고속도로 구간 120km는 최고 시속 230km로 밟았다.
그야말로 '미끄러지듯' 질주했다.
C70은 오는 4월 부산모터쇼를 통해 국내에 데뷔한다.
구입하려면 반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가격은 부가세 포함해 6500만∼7000만원 수준.
두바이=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