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도 '시한폭탄'] (上) 10년째 계속되는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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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재정 문제의 근원은 수입과 지출의 불균형에 있다.
보험료 수입은 적은데 의료 수가와 약제비로 나가는 지출 비용은 많은 만성적 적자 구조다.
지난해엔 4739만 가입자들로부터 16조3966억원의 보험료를 거둬 19조1537억원을 썼다.
2조7571억원이 적자다.
정부에서 3조6948억원을 지원받아 겨우 1조1788억원의 당기 순익을 냈지만 순수 수입(보험료)과 지출만 따져 보면 돌이킬 수 없는 적자 구조다.
적자 행진은 1996년 이후 벌써 10년째다.
이 같은 만성적 적자 구조는 보장 범위를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당분간 되돌리기 힘들다. 따라서 균형 재정으로 가려면 그에 맞게 수입과 지출 구조를 획기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한 기초 통계,즉 어디서 얼마가 안 걷히고 있고 어디서 얼마가 과다 지출되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 통계가 없다는 데 있다.
◆통제 안 되는 건보공단 지출
2005년 건강보험 지출액 19조1537억원 중 병원 의원 약국 등 각종 요양기관에 급여비(의료행위 수가와 약제비)로 지급된 돈은 18조2622억원. 관리운영비 등이 나머지 지출금이다.
보험 급여비는 요양기관이 청구하면 심사평가원 심사를 거친 후 공단이 지급한다. 이후 허위 및 과다 청구 등 부정 청구건에 대해서는 혐의 건수를 적발한 뒤 현장 조사를 통해 업무 정지,과징금,부당이득금 환수 조치 등을 취한다.
문제는 이 액수가 극히 미미하다는 점이다. 18조원의 급여비를 지출했지만 연평균 조사 건수는 800여건,적발된 부당청구 액수는 100억원 수준이다. 부당청구 적발건이 전체의 0.06%에 불과하다.
한영종 건보 급여조사 부장은 "부당 청구에 대한 조사 인력이 400명에 불과한데 조사 대상 요양기관은 7만여개에 달해 현실적으로 면밀한 조사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예산낭비 감시를 위한 시민단체인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윤영진 공동대표(계명대 행정학과 교수)는 "미국에서 예산낭비 신고를 받으면 가장 많은 부분이 의료와 국방 분야"라면서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의료 분야에서 예산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료 사각지대 너무 넓다
수입(보험료) 쪽의 구멍도 크다. 2005년 말 기준 건강보험 직장 및 지역 가입자 수는 각각 2723만명과 2002만명. 지역 가입자가 직장 쪽보다 27% 적지만 보험료액은 2조8857억원으로 직장보험료(4조2989억원)보다 33%나 적다. 지역 가입자들의 소득 파악이 안 되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현재 국세청에서 자영업자 소득 자료를 받은 후 행정자치부의 재산 및 자동차,가족수 등의 자료를 보완해 보험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기초 자료인 국세청 자영업자 소득 자료의 소득 파악률 자체가 52%에 불과하다.
복지부는 행정 능력상 어쩔 수 없다고 토로한다. 전만복 복지부 보험정책팀장은 "자영업자들의 소득 파악을 위해서는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해야 하는데 국세청이 1만여명의 인원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이어서 복지부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약제비부터 줄여야
보험 전문가들은 지출 중 약제비를 줄이는 노력부터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3년 기준 건보 지출액 중 약제비는 총 5조6000억원으로 전체의 27.2%다. 이는 같은 시기 독일(14.6%) 미국(12.9%)의 2배 수준이다. 약제비 비중이 높다는 일본(18.4%) 프랑스(20.9%)도 비할 바가 못 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한 번 처방에 1~2개 약품이 들어가는 데 반해 아직 우리나라는 평균 처방량이 4개 정도나 된다"고 지적했다.
약품 처방량을 선진국 수준으로만 줄여도 2조~3조원은 쉽게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최근 요양기관별 항생제 처방률(처방횟수당 항생제 포함 처방수)을 조사해 보니 감기 환자들이 주로 찾는 동네 의원의 경우 10회당 6회는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의원들은 처방률이 99%에 달하는 등 약품 오남용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의약품 중 보험급여 대상을 줄이고 약값 기준표를 공개해 가격이 높은 약제의 처방을 견제하는 등의 종합적인 약제비 합리화 방안을 3월 말께 발표할 예정이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