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회장 사상 첫 표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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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협회 개혁'을 요구하며 지난달 출범한 중소 무역업체들의 모임인 한국무역인포럼이 22일 열리는 무역협회 총회에서 독자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의함에 따라 무역협회 차기 회장이 60년 무협 역사상 처음으로 경선을 통해 선출될 전망이다.
무역인포럼은 21일 "업계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무역협회가 정치적인 인물 영입으로 정권의 이해에 따라 휘둘림당하는 것에 반대한다"면서 "이희범 전 장관측과의 정면대결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6대 무협 회장 선출은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장관(57)을 추대한 무역협회측과 낚시용품 제조·수출업체인 동미레포츠의 김연호 회장(75)을 지지하는 무역인포럼측의 표대결 양상으로 급선회하고 있다.
◆무역인포럼 "위임장 대거 확보"
무역인포럼은 당초 총회에서 독자 후보를 내지 않고 중소무역업체의 요구사항을 촉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지난 19일 김연호 동미레포츠 회장이 무협 회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20일 무협 회장단이 만장일치로 이 전 장관을 추대키로 결정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역인포럼은 20일 오후 김연호 회장을 면담한 뒤 운영위원회를 긴급 소집,김 회장을 총회에서 지지하기로 결의했다.
무역인포럼측은 지난 15일부터 중소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위임장 확보에 나서 20일까지 수천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재영 무역인포럼 대표는 "경선에 참여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경선에서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을 만큼 위임장을 확보했다"며 "우리도 놀랄 정도로 위임장이 쇄도하는 것을 보면서 중소 무역업체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 "이변은 없다"
무역협회는 "표대결로 가더라도 인물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만큼 문제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무협은 20일까지 이희범 전 장관을 지지하는 회원사들로부터 5000장이 넘는 위임장을 확보한 상태다.
이에 따라 참석 회원사(위임장 포함)의 다수 찬성으로 결정되는 회장 선출에서 이변이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왜 이런 사태까지 왔나
무역협회의 차기 회장 선출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은 정부가 사실상 이희범 전 장관을 무역협회장에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어느 정도 예견됐다.
"무역협회가 그동안 몸집 불리기와 부동산 임대업에만 몰두해왔다"는 회원사들의 불만이 팽배한 상황에서 관료 출신인 이희범 전 장관 내정과 추대 결정은 사태를 더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곽재영 대표는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 농구도 잘한다는 보장이 어디 있느냐"면서 "낙하산식 인사 관행과 관치를 더 이상 묵과해서는 무역협회가 진정한 무역업체를 위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이 전 장관에 대한 불만이라기보다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회원사들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