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식 정부혁신 지방분권위원장은 21일 "참여정부는 규제는 적고 서비스는 큰 정부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이날 서울 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최근의 '작은 정부' 논란과 관련,"논쟁의 핵심은 정부의 효율"이라며 "교육 치안 보건 위생 등 편익이 큰 공공서비스 분야는 확대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위원장은 공기업 민영화와 관련,"선진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 확보 등 두 가지 조건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최근 여야 간 정치적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작은 정부'의 실체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공공서비스의 정부 독점에 따른 비효율 문제와 지방분권화의 방향 등에 대해서도 활발한 논의가 전개됐다.

◆박원암 홍익대 교수=작은 정보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뱃살'을 뺀 것이 없는 것 아닌가.

총액인건비제도 역시 그 자체로 예산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지방 분권화도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

◆윤 위원장=정부부터 군살을 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작업 중이다.

총액인건비제에만 의존하는 것은 아니다.

총액을 조정함으로써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디지털 예산시스템을 도입해 거의 모든 예산항목을 공개하면 획기적인 효율개선이 이뤄질 것이다.

지방분권화의 경우 핵심인 교육과 치안이 현실화가 안 됐기 때문에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에 경찰권한을 준다는 것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치경찰법안을 마련해 국회에서 넘겼다.

자치경찰 복장을 한 경찰들이 교통법규 위반,뒷골목 치안을 맡게 되면 국민들도 분권화가 되고 있구나 라고 느낄 것이다.

교육자치도 교육부가 많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학교와 학부모에게 넘길 수 있는 첫 번째 단추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위원회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전력투구하고 있다.

제주에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나머지 권한을 모두 주자는 것이고 싱가포르 홍콩을 능가하는 분권의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김일섭 다산회계법인 대표=정부혁신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권력 분산과 함께 감사원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다.

◆윤 위원장=감사원의 개혁 없이는 정부 개혁은 불가능하다.

감사는 공무원의 사고와 행동을 사실상 지배한다.

감사원의 중요한 일은 급소를 찾아내고 급소를 평가하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감사원이 최고 연구기관으로 전환되고 있다.

감사원이 제대로 기능을 하면 중앙부처와 지방정부 공무원의 사고와 행동이 많이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정호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교수=사람과 예산의 낭비가 생각 이상으로 심각하다.

돈을 내는 국민의 입장에서는 아직도 불필요한 일을 많이 한다.

이를 감시할 수 있도록 시민단체나 NGO(비정부기구)에 지원을 할 계획은 없는가.

◆윤 위원장=자원의 낭비는 결국 주민이 감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예산회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산이 공개되면 공무원이 국민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예산시스템은 솔직히 말하면 기획예산처 공무원도 담당이 아니면 알기 어려울 만큼 복잡하게 돼 있다.

예산을 재분류하고 인터넷으로 공개하면 정부 지출의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것이다.

◆김주현 현대경제연구원장=정부 혁신 지방분권위원회의 정책방향이 정부 혁신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게 목적인지,지방 분권화를 통해 정부를 혁신하자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윤 위원장=정부 혁신과 분권은 같이 간다.

정부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지방에 권한을 주는 것이다.

옛날 같으면 가로등 교체하는 데 한두 달이 걸렸지만 요즘은 즉각 이뤄진다.

지자체 선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되면 범죄에 자치단체장이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자치경찰이야말로 경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다.

◆송대희 감사원 평가연구원장=정부의 독점체제는 원천적으로 비효율을 내포하고 있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국정 평가체제를 만들어야 독점에 의존하는 비효율이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윤 위원장=체계적인 평가시스템이 중요하다.

중국 공무원의 경우 외자유치 실적에 따라 파격적인 보너스와 승진이 주어진다.

대한민국 공무원에게 이 같은 인센티브 시스템을 적용하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부처와 개인에 대한 평가는 비체계적이고 산발적으로 중복해서 이뤄졌다.

정부업무평가기본법이 제정돼 이런 점은 해결될 수 있으리라 본다.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교도행정은 필요하지만 공무원이 담당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민간부문에 위탁해 새로운 경영기법을 도입하고 효율을 높이는 것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나.

◆윤 위원장=결국 정부의 많은 기능은 언젠가는 민간에 넘겨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공기업 민영화다.

그러나 성공하기 위한 두 가지 조건이 있다.

지배구조가 바람직해야 공공성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고 회계 투명성을 갖춰야 원가에 기초해 합리적인 가격을 매길 수 있다.

◆최영기 노동연구원장=공공서비스를 위한 정부 기능의 확대는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를 공무원이 꼭 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있다.

◆윤 위원장=규제는 작고 공공 서비스는 큰 정부로 가야 한다.

참여정부 들어서면서 공무원 숫자가 늘었다고 하지만 대부분 교육과 치안,방역,식품위생 분야다.

하나하나만 놓고 보면 국민들이 이거 왜 늘렸느냐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이효익 회계연구원장=기본적으로 작은 정부를 지향해야 한다.

체력을 보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감량을 목표로 정부 기능 일부를 시민단체나 민간에 넘길 수 없나.

◆윤 위원장=시민단체나 민간에 정부기능을 넘기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교도소 운영을 예로 들었는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민영화의 모범국가인 뉴질랜드의 경우 철도를 민영화시켰다가 다시 국유화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