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스파이 수법 갈수록 지능화 .. 기업들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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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는 작년 10월 경기 화성의 남양연구소 내에 '연구개발 보안운영팀'이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이 팀의 역할은 연구소나 협력업체에서 연구개발 성과물이나 기술이 유출되는 일을 막는 것.산업 스파이들의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기발해지자 본사 차원의 보안관리팀 외에 따로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폰을 소지한 채 특정 장소에 출입할 경우 카메라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보안 솔루션을 개발,올 상반기까지 본사와 사업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외에서 실시해 오던 '선박 모형 실험'을 국내로 옮겨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기술 및 정보 유출을 막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임직원들을 매수하던 전통적인 수법에서 벗어나 전문 용역업체까지 고용할 정도로 '진화'한 스파이 활동에 비상이 걸린 것.
현대차는 최근 신차 개발의 산실인 남양연구소의 보안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엔진 기술 등을 빼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에 따르면 작년 7월 중국의 한 자동차업체가 전문 용역업체를 동원,남양연구소에 산업 스파이를 위장 취업시키려다 실패했다.
남양연구소의 한 협력업체는 엔진 및 내구성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에 유출하려다 사전에 발각되기도 했다.
현대차가 남양연구소에 별도의 보안전담팀을 만들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남양연구소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 지원하는 담당 임원까지 교체할 정도로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올 만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엔 기술 및 정보 유출 시도의 80%가량이 임직원 매수를 통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협력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 시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퇴직자나 해고자까지 찾아 다니며 정보를 빼내려 하고 있어 퇴직자까지 관리해야 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 빼내기' 시도를 막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주로 '디자인 베끼기'와 '인력 스카우트'에 주력하다가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협력업체를 우회 공략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에 대한 보안 관리를 강화하고 주요 사업장 출입구에 X레이 검색대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보안 대책을 운용하고 있다.
정보 보안을 전담하는 '정보보안 그룹'을 가동 중인 LG전자도 협력업체에 보안 장비를 지원하는 등 단속에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협력업체 중 한 곳을 통해 중국 업체가 기술을 빼돌리려 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갈수록 좁혀짐에 따라 사소한 정보 유출만으로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업체의 선박 설계도가 중국에서 버젓이 나돌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그동안 스웨덴 노르웨이 등 해외에서 '모형 실험'을 실시해 왔지만 얼마 전부터 실험 장소를 울산 선박해양연구소로 바꿨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모형 선박은 크기만 작을 뿐 실제 선박과 형태 및 기능 측면에서 똑같아 해외에서 실험할 경우 중요 데이터가 중국 등에 넘어갈 소지가 높다"면서 "최고경영진의 지시로 실험 장소를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업체들은 임직원 매수나 기술 관련 세미나 참석 등을 통해 기술을 빼돌렸지만 최근에는 협력업체를 공략하고 위장 취업까지 감행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기업 차원의 보안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004년까지 국내 산업기술 유출 사례는 총 96건,금액으로는 58조2000억원에 달한다.
연도별 기술 유출 적발 건수도 2002년 5건,2003년 6건,2004년 26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
이 팀의 역할은 연구소나 협력업체에서 연구개발 성과물이나 기술이 유출되는 일을 막는 것.산업 스파이들의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기발해지자 본사 차원의 보안관리팀 외에 따로 태스크포스팀(TF)을 만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폰을 소지한 채 특정 장소에 출입할 경우 카메라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 보안 솔루션을 개발,올 상반기까지 본사와 사업장에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해외에서 실시해 오던 '선박 모형 실험'을 국내로 옮겨 비공개로 진행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세계적인 기술력을 가진 국내 기업들이 기술 및 정보 유출을 막느라 몸살을 앓고 있다.
임직원들을 매수하던 전통적인 수법에서 벗어나 전문 용역업체까지 고용할 정도로 '진화'한 스파이 활동에 비상이 걸린 것.
현대차는 최근 신차 개발의 산실인 남양연구소의 보안 관리를 대폭 강화했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이 엔진 기술 등을 빼가기 위해 혈안이 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에 따르면 작년 7월 중국의 한 자동차업체가 전문 용역업체를 동원,남양연구소에 산업 스파이를 위장 취업시키려다 실패했다.
남양연구소의 한 협력업체는 엔진 및 내구성 관련 기술을 중국 업체에 유출하려다 사전에 발각되기도 했다.
현대차가 남양연구소에 별도의 보안전담팀을 만들게 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 남양연구소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 지원하는 담당 임원까지 교체할 정도로 극도로 민감해진 상태다.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는 하소연이 나올 만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과거엔 기술 및 정보 유출 시도의 80%가량이 임직원 매수를 통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협력업체를 통한 기술 유출 시도가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퇴직자나 해고자까지 찾아 다니며 정보를 빼내려 하고 있어 퇴직자까지 관리해야 할 지경"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중국 업체들의 '기술 빼내기' 시도를 막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
중국 업체들은 주로 '디자인 베끼기'와 '인력 스카우트'에 주력하다가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보안이 허술한 협력업체를 우회 공략하는 쪽으로 전략을 바꿨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협력업체에 대한 보안 관리를 강화하고 주요 사업장 출입구에 X레이 검색대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보안 대책을 운용하고 있다.
정보 보안을 전담하는 '정보보안 그룹'을 가동 중인 LG전자도 협력업체에 보안 장비를 지원하는 등 단속에 나섰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주요 협력업체 중 한 곳을 통해 중국 업체가 기술을 빼돌리려 한 사례가 있었다"면서 "중국 업체와의 기술 격차가 갈수록 좁혀짐에 따라 사소한 정보 유출만으로도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국내 업체의 선박 설계도가 중국에서 버젓이 나돌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그동안 스웨덴 노르웨이 등 해외에서 '모형 실험'을 실시해 왔지만 얼마 전부터 실험 장소를 울산 선박해양연구소로 바꿨다.
이 회사 관계자는 "모형 선박은 크기만 작을 뿐 실제 선박과 형태 및 기능 측면에서 똑같아 해외에서 실험할 경우 중요 데이터가 중국 등에 넘어갈 소지가 높다"면서 "최고경영진의 지시로 실험 장소를 옮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중국 업체들은 임직원 매수나 기술 관련 세미나 참석 등을 통해 기술을 빼돌렸지만 최근에는 협력업체를 공략하고 위장 취업까지 감행하는 등 갈수록 수법이 진화하고 있다"면서 "기업 차원의 보안 관리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1998년 이후 2004년까지 국내 산업기술 유출 사례는 총 96건,금액으로는 58조2000억원에 달한다.
연도별 기술 유출 적발 건수도 2002년 5건,2003년 6건,2004년 26건으로 급증하는 추세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