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도 튜닝시대 .. 10~20대 "내 스타일대로 신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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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운동화,흰색 아크릴 물감,포스터 물감,약간의 물,휴지,얇은 붓'.어디에 쓰는 물건들일까.
'신발 고수'를 자처하는 한 10대 네티즌이 운동화를 자신의 스타일에 맞게 '튜닝(개조)'하기 위한 필수도구라며 블로그에 소개한 목록이다.
10·20대 학생들 사이에서 '신발 튜닝'이 인기를 끌고 있다.
헌 운동화는 물론 새것에까지 물감을 칠하고 단추나 보석,심지어 초콜릿이나 사탕을 신발에 매다는 등 아이디어가 '상상 초월'의 수준이다.
교복 외에는 딱히 멋 부릴 만한 게 없는 10대들이 특히 열정적이다.
이처럼 남들과 다른 신발을 신겠다는 열망이 '스니커즈 마니아'를 쏟아내고 있다.
덕분에 관련 업계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 2000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푸마의 매출이 지난해 1600억원으로 5년 새 16배로 불어난 게 단적인 예다.
◆'윤은혜 신발'을 아세요?
'윤은혜 신발 튜닝 어떻게 한 거예요?' 지난달 말 MBC 드라마 '궁(宮)'에서 극중 여주인공 탤런트 윤은혜씨의 '튀는 신발'을 본 네티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정희 압구정 푸마 하우스 실장은 "영화 '왕의 남자'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배우 이준기씨도 천을 이러저리 뜯어내 낡은 느낌의 빈티지 스타일로 연출한 독특한 신발을 신고 있다"며 "인기 연예인들을 따라하기 위한 신발 튜닝 붐도 만만치 않다"고 전했다.
김범래 ABC마트 마케팅 팀장은 "운동화 끈을 염색하거나 수를 놓고 두 가지 이상의 끈을 묶어 색다른 멋을 내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고 소개했다.
용돈이 충분치 않은 10대들이 자신의 개성을 강조하는 방법으로,값 비싼 브랜드를 사기보다 스니커즈를 개조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넘쳐나는 마니아,신발업계 호황
20대 사이에서는 '스니커즈 모으기'가 번지고 있다.
푸마 관계자는 "지난 1999년 유럽에서 시작된 스니커즈 열풍이 국내에는 2001년께 상륙해 패션 필수품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푸마 아디다스 나이키 컨버스 등 스니커즈 제조업체들은 넘쳐나는 수요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실제 푸마는 5∼6년 전부터 기존 매장의 90%를 철수시키고 명동 코엑스 대학로와 같은 신흥 상권에 집중 재배치해 큰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는 대리점 수도 지난 2000년 28개에서 지난해 124개로 급증했다.
신발 전문 카테고리 킬러형 매장인 ABC마트 역시 지난 2002년 12월 1호점을 낸 이래 매출이 2003년 말 100억원을 돌파했고,작년 말엔 45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푸마 관계자는 "스니커즈 시장 규모는 인터넷 쇼핑몰,동대문시장,길거리 등에서 팔리는 '짝퉁'까지 포함할 경우 1조5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