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이 20일 무역협회 26대 회장으로 추대됨에 따라 8만여개 회원사를 두고 있는 무역업계 최대 단체인 무역협회가 15년 만에 민간 기업인이 아닌 관료 출신을 회장으로 맞게 됐다. 무협 회장은 1990년대 이전에는 유창순 전 총리,남덕우 전 총리 등 고위 관료 출신이 맡기도 했지만 이후엔 박용학,구평회,김재철 회장 등 민간 기업 오너들의 몫이었다. 15년간 민간인이 맡아온 무협 회장직이 다시 '관(官)'으로 넘어간 것은 재계 오너 기업인들 가운데 마땅한 후보자를 찾지 못하고 있던 상황에서 이 전 장관의 인물론이 먹혀 들었기 때문이다. 이 전 장관은 재직 시절 수출 2000억달러,무역규모 5000억달러 달성에 기여한 만큼 환율하락,고유가,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수출에 다시 활력을 불어 넣을 적임자로 평가 받고 있다. 업계도 이 같은 그의 능력을 감안,수출업체 지원이 크게 확대되길 기대하는 눈치다. 자산 1조2608억원,연간 예산 2295억원에 이르는 거대 무역협회를 이끌어갈 이희범호의 출발은 일단 순탄할 전망이다. 협회 내부의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 없이 정부가 주도한 '낙하산' 인사라는 목소리가 과거에 비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무역협회 노동조합은 최근 성명을 내고 "관료 출신 회장이 협회를 훌륭하게 이끈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에 민관을 막론하고 덕망과 연륜을 겸비한 인사가 차기 회장으로 추대돼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협회가 중소회원사들을 위한 지원에는 인색하다"면서 최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중소 무역업체들을 어떻게 껴안고 가느냐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 중소 무역업체는 최근 인터넷 카페를 통해 '한국무역인포럼'을 결성,중소 업체인 동미레포츠의 김연호 회장이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상황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무역 관련 장관 출신이 회장이 되면 업계의 다양한 목소리가 협회의 운영이나 정부 정책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될 것"이라면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들의 수출 지원에 더욱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재철 회장도 최근 인터뷰에서 "자립경영의 틀이 확립된 만큼 차기 회장은 보다 공익적인 사업에 힘을 써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