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불꽃같은 카우보이 동성애 '브로크백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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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감독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은 카우보이 간에 꽃 핀 사랑을 그린 수작이다.
남성성의 상징인 카우보이의 동성애를 섬세하게 그려내 멜로영화의 새 지평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영화에서 동성애는 이상성욕의 증거가 아니라 모든 편견을 극복하는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기 위한 장치다.
이 작품은 1960년대 초 미국 서부의 산악 브로크백 마운틴을 배경으로 양떼를 감시하는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할렌)이 20여년에 걸쳐 진실한 사랑에 도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브로크백 마운틴은 야생의 세계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그 곳에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한 생존욕과 결부된 두 주인공의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반면 에니스와 잭이 도시에서 결혼해 갖는 부부애는 다분히 편견과 인습에 기초한 산물이다. 부부는 애정을 손쉽게 표현하지만 서로의 심연에는 결코 닿지 못한다. 가정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다. 돈을 벌기 위한 사업장이나 아이들과 씨름해야 하는 탁아소일 따름이다.
그러나 에니스와 잭은 자신과 가족,사회적 편견을 하나씩 깨뜨리며 서로의 영혼을 잠식하는 관계로 진전된다.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난 게이가 아니야"라고 말하며 자기감정을 부정하는 장면은 인간의 편견에 대해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의미에서 동성애자의 피살체를 아들에게 보여주는 에니스의 부친이나 에니스에게 경멸스런 말을 퍼붓는 잭의 아버지는 동성애에 대한 가족의 편견을 효과적으로 집약한다. 특히 마을사람들에게 살해당한 동성애자의 피살체는 잭의 죽음과 연결짓도록 이끈다. (잭의) 아내가 잭의 죽음을 사고사로 얼버무리는 표정에는 진실성이 전혀 없다. 그녀는 마치 남의 말을 하는 듯하다.
이처럼 상세한 설명이 의도적으로 배제된 구성은 관객에게 상상의 여지를 넓혀준다. 현실에서 흔히 목도하는 상황이 극중에 도입돼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인다. 에니스가 잭에게 느낀 사랑이 얼마나 깊은 것인지에 대해서도 에니스가 딸에게 사윗감의 애정의 깊이를 묻는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표현돼 있다.
스스로 부정했던 동성애 감정을 서서히 인식하게 되는 에니스역 히스 레저의 연기는 탁월하다. 20대의 수줍음과 40대의 확신을 폭넓게 표현한 연기는 세월의 간격에 따른 성격변화를 한눈에 가늠케 해준다.
3월1일 개봉,15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