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빅뱅…자본통합법안 마련] 위험 설명 안하면 투자사가 손실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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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금융투자회사에 예금과 보험상품이 아니라면 사실상 무제한 상품 설계를 허용하는 대신 투자자 보호제도는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자칫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 보호장치 없이 난해하고 복잡한 투자상품을 남발할 경우 '한국판 금융빅뱅'은 고사하고 자본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자본시장 통합법은 투자자 보호에 이중원칙을 적용한다.
투자에 대한 전문지식이 있고 투자자금이 많은 기관 금융회사 대기업 '개인 큰손' 등은 전문투자자로 분류,투자자 보호 규제를 낮추는 반면 그렇지 않은 개인과 중소기업 등은 일반투자자로 구분해 규제를 강화한다.
물론 거래경험이나 금융자산 규모 등 일정요건을 갖춘 개인도 전문투자자로 분류되지만 본인이 원하면 일반투자자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부는 우선 금융투자회사로 하여금 모든 상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할 의무를 지울 방침이다.
현재는 설명의무가 펀드나 주가지수선물 등 일부 상품에 국한되고 있다.
예를 들어 A금융투자회사가 날씨파생상품을 만들어 판다면 투자자에게 상품 내용이나 기대수익 뿐 아니라 '위험(risk)'을 반드시 설명해야 한다.
회사는 투자자가 위험을 제대로 이해했다는 것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회사가 이 같은 설명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거나 중요 사항에 대한 설명을 허위·누락한 상태에서 상품을 팔았다가 투자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회사는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임영록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금융투자회사가 위험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투자자에게 1억원어치 상품을 팔았다가 투자자가 2000만원을 손해 본 경우 원금결손액인 2000만원을 손해액으로 추정,금융투자회사가 물어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회사는 투자자로부터 위험을 제대로 인지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확인서를 받아놓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자본시장 통합법엔 '투자자확인(Know-your-customer)제도'와 '적합성 원칙'도 도입된다.
투자자확인제도란 금융투자회사가 투자 권유를 하기 전에 투자자의 재산상태나 투자경험,투자목적 등을 면담을 통해 파악하는 것을 말한다.
적합성 원칙은 투자자의 특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부는 금융투자회사가 이를 어길 경우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또한 금융투자회사는 투자자가 원하지 않는 투자권유를 하지 못하게 된다.
최상목 재경부 증권제도과장은 "투자자의 사생활과 평온한 삶을 보호하기 위해 방문 전화 등 실시간 대화를 통한 투자권유는 투자자가 원할 경우에만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자광고에 대한 규제도 마련된다.
TV나 홈쇼핑 채널 등을 통해 광고하는 투자상품에는 반드시 '위험'이 포함되도록 의무화하며 투자광고는 금융투자회사에만 허용된다.
금융투자업 인가나 등록을 받지 못한 회사는 광고 자체가 금지된다.
금융투자회사는 이해상충(conflict of interest) 방지체제도 구축해야 한다.
'이해상충'이란 예를 들어 고객계정(펀드운용 등)과 고유계정(회사 자체자금 운용)을 동시에 운용하는 회사가 투자자에겐 손실을 끼치면서 고유계정 이익을 추구하는 등의 행위를 말한다.
정부는 이해상충 행위를 법률로 금지하고 이를 형법으로 다스린다는 방침이다.
또 이해상충이 발생할 경우 이를 투자자에게 공시하고 이해상충을 해소한 뒤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한다.
금융투자회사는 이행상충 내용을 파악하고 방지하는 내부관리시스템을 둬야 하고,이해상충이 큰 경우 조직을 아예 분리하거나 임직원이 겸직하지 못하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