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 회사들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앞으로 금융감독원이 정하게 될 '적격 외부 신용평가기관(ECAI)' 기준을 통과해야 업무를 지속할 수 있게 되는 데다 정부의 신용평가업 진입요건 완화 방침에 따라 스탠더드&푸어스(S&P) 등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와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적격 신용평가기관 지정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준비에 나서는 한편 신용평가업 진입규제 완화와 관련된 정부 움직임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발등의 불,'적격신용평가기관' 지정 적격 외부신용평가기관 지정은 신용평가사들이 당장 넘어야 할 산이다. 당장 2007년 말부터 은행들은 자기자본비율 산출 때 반드시 적격 외부신용평가기관이 부여한 신용 등급만을 활용해야 한다. 적격 외부신용평가기관으로 지정되지 않은 신용평가사의 평가 등급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금감원은 현재 '적격 신용평가기관 지정 기준'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는 9월까지 예비 지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적격 기준에는 기업 신용평가의 객관성과 독립성,일관성,투명성,신뢰성 등이 포함된다. 이에 따라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 등은 최근 신용평가 업무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본격적인 대응에 착수했다. 한국기업평가 임택경 경영기획실장은 "신용평가 사업의 이해상충 방지에 관한 국제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신용평가 부문을 다른 사업과 분리시키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말했다. 한국신용평가도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신용평가사로 도약한다는 목표 아래 신용평가 업무와 마케팅 업무를 분리시켰다. 또 독립적인 내부감사 시스템 운영을 위해 대표이사 직속으로 감사실을 신설했다. ◆외국계와의 경쟁 구도 정부는 신용평가업을 하고자 하는 경우 현재 30인 이상의 상시고용 신용평가 전문 인력을 갖추도록 한 진입 요건을 종합 신용평가사는 20인 이상,특화 신용평가사는 10인 이상으로 완화키로 방침을 정했다. 재정경제부는 신용평가업 진입 요건 완화를 담은 신용정보법 시행령 개정안을 조만간 입법 예고한 뒤 오는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진입 규제 완화는 그동안 S&P 피치 등 외국계 신용평가사들이 꾸준히 요구해 왔던 사항이다. 이에 따라 S&P와 무디스,피치 등이 진출한 뒤 전체 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한 일본처럼 신용평가업계가 외국계 주도로 재편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S&P의 직접 진출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며 "한국 시장은 연간 500억원 수준으로 절대 규모는 크지 않지만 미국과 일본에 이은 3대 시장으로 세계적인 신용평가사들이 관심을 가져 왔다"고 말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