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골드만삭스의 출현을 예고하는 정부의 자본시장통합법안에 대해 보험사와 신용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은 기대와 우려섞인 반응을 동시에 보이고 있다. 자본시장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금융투자회사, 은행, 보험의 3각축에서 금융투자회사가 중심에 설 경우 제 2금융권의 입지도 줄어들 것이란 위기의식때문이다. ◇보험권 = "우리도 종합금융업 하고 싶다" 보험업계는 금융투자회사가 등장할 경우 다양한 금융투자 상품이 생기고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저금리와 투자 상품의 제한이란 보험의 특성상 장기 자산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금융상품이 쏟아지면 투자처가 그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저금리 추세가 장기화되면서 자산 운용에 애로가 많다"며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국내 자본시장에도 각종 파생상품을 비롯해 다양한 금융상품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따라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외부에 위탁해 운용하고 있는 장기 자산 운용사인 보험사로서는 효율적이 자산 운용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투자전문회사인 금융투자회사가 설립되면 보험사의 자산을 위탁 운용해 지금보다 많은 투자 영업이익을 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그동안 은행권의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회사가 금융시장의 주도권을 갖게 될 경우 보험사들이 설 자리는 그만큼 좁아질 수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역간 장벽이 허물어지는 겸업화 시대에 보험사에도 그에 상응하는 업무 영역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가 시행되고 있지만 보험 상품 판매에서 은행이 칼자루를 쥐고 있는데다 업무 영역도 제한돼 있어 타금융권에 비해 경쟁력이 낮다는 것이다. 변액보험과 같은 투자형 보험상품도 자본시장통합법에 따라 강화되는 투자자 보호 규제 방안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데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도 좋지만 취급 업무와 자산운용의 제한은 대폭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에 따라 보험업계는 보험사에 소액 결제와 같은 부분적인 은행 업무를 취급할 수 있는 어슈어뱅킹을 조속히 허용하고 사모펀드 등에 대한 투자 제한도 완화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보험사도 외국처럼 은행과 자산운용 업무를 함께 할 수 있는 종합금융그룹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 가운데 교보생명, 동부화재 등이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독일의 알리안츠그룹이나 네덜란드의 ING그룹이 보험과 은행, 자산운용업을 동시에 영위하는 것처럼 국내에도 종합금융그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카드.제2금융권 = "당장 별 영향 없다" 신용카드사와 제2금융권은 자본시장통합법 도입이 당장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카드업종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법이 시행되고 난 뒤 금융회사의 수가 늘어나는지, 줄어드는지 여부에 따라 간접적으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측면에는 미미한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상호저축은행들도 일단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저축은행들이 자본시장 통합이라는 '대세'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대형화, 겸업화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되더라도 현행 저축은행 법규 대부분이 증권관련법령과는 크게 관련된 내용이 없는 만큼 특별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의 관계자도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특별히 호재나 악재라고 할 것은 없다"면서 "당장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동부저축은행처럼 계열 증권사가 보유한 업체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계열 증권사를 보유한 1금융권이 확대되면 영업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저축은행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도 앞으로 대형화.겸업화를 통한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라며 "업체에 따라서는 증권사에 대한 인수합병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신전문업계에서는 주로 벤처기업에 투.융자해주는 신기술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이 도입되면 신기술금융사에 대해 현행 등록제에서 인가제로 바뀔 것이라는 대강의 틀만 나온 상태라 세부 규정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기술금융업계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의 기본 방향은 맞다고 본다"면서 "세부 규정을 만들때 규제와 진입요건을 완화해주고 나아가 겸업까지 확대해 업계의 사업영역을 늘릴 수 있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황희경 기자 kms1234@yna.co.kr zitro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