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난방기 제조업체 템피아(대표 김용민)의 기술 개발 아이디어는 엉뚱한 생각에서 나왔다. 한쪽에서는 차가운 바람을 내보내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연신 뜨거운 바람을 쏟아내는 에어컨을 뒤집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그것이다. 에어컨은 공기의 압축 응축 팽창 증발 과정을 통한 열교환 방식을 이용해 찬바람을 만들어낸다. 템피아 난방기는 이 과정을 동일하게 이용하면서 외부의 찬 공기를 뜨거운 공기로 바꾼다. 날씨가 더우면 열교환 방식을 거꾸로 바꿔 에어컨으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에는 시스템을 작동시키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히트펌프가 영하의 온도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히트펌프방식으로 난방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업계에 정설처럼 받아들여졌었다. 국내 대기업들도 수많은 시간 동안 연구와 기술개발을 했지만 영하권에서의 정속운행이 되지 않아 포기한 상태였다. 하지만 템피아는 포기하지 않고 기술개발을 지속,영하 25도에서도 작동할 수 있는 난방기를 만들어 냈다. 템피아의 냉?난방기(사진 아래)는 공기 에너지를 이용하므로 별도의 연료가 필요없고 에너지 효율이 높아 전기료도 절감된다. 또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고 전기히터처럼 실내 산소를 태우지도 않는다. 자연상태의 공기를 에너지원으로 그대로 이용해 원하는 온도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과 환경 오염 방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이처럼 '역발상'을 통해 개발된 냉·난방기는 "얄팍한 상술로 사업을 하지 않겠다"는 마케팅 정신을 통해 성과를 내고 있다. 템피아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운영하는 인터내셔널트래이딩사로부터 먼저 '러브콜'을 받았지만 '기계 몇 대 파는 것이 아니라 문화의 코드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용민 대표의 철학에 따라 템피아의 각종 행사에 인터내셔널트래이딩 관계자를 초청하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그들의 신뢰를 얻어냈다. 인터내셔널트래이딩은 수년 동안 템피아의 히트펌프 냉·난방기를 기술적으로 검증하고 회사에도 여러 차례 방분한 후 템피아와 전략적인 파트너십을 갖고 사우디아라비아 내 공장을 18개월 동안 생산 가동할 수 있도록 MOU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또 국내에도 인터내셔널트래이딩과 공동 법인을 설립해 본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인터내셔널트래이딩과 사우디 및 중동 유럽 아프리카 시장에서 독점 에이전트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을 통해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그 첫걸음을 내딛게 됐다. 아프리카 대륙 진출을 꿈꾸던 김 대표는 "아프리카에 가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꼭 넘어야만 되는 과제였다"며 "앞으로도 고객과 템피아의 문화 공유를 바탕으로 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041)522-0272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