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마지막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하겠다" 동계올림픽 '3전4기'를 노렸지만 0.05초의 짧은 시간은 이규혁(28.서울시청)의 올림픽 첫 메달의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 이규혁은 19일(한국시간) 오전 토리노 오발링코토에서 펼쳐진 2006토리노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1,000m 경기에서 1분09초37로 통과해 이날 동메달을 거머쥔 네덜란드의 에르벤 웨네마르스(1분09초32)에 0.05초 뒤지는 4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이규혁은 지난 94년 릴레함메르 동계올림픽을 시작으로 이번 토리노 동계올림픽까지 4번에 걸친 올림픽 첫 메달 도전에 아깝게 실패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를 접고 말았다. 하지만 이강석은 94년부터 시작된 4번째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메달권에 근접한 기록을 내면서 한국 빙속의 자존심을 살렸다. 이날 21명의 출전 선수 중 20번째 조에 속했던 이규혁은 이번 대회 500m 금메달리스트 조이 칙(미국)과 한 조에 속해 레이스를 펼쳤다. 마침내 출발 총성이 올리고 출발선을 힘차게 떠난 이규혁은 초반 200m를 16초29로 주파하고 400m를 25초26에 통과하면서 구간 최고기록을 0.74초나 줄여내 메달에 대한 기대감을 여물게 했다. 하지만 마지막 코너를 돌면서 자신의 속도를 못 이겨 잠시 자세가 흐트러졌던 이규혁은 1분09초37로 결승선을 통과했고, 전광판에는 '3'이란 숫자가 선명하게 찍혔다. 전광판을 확인한 이규혁은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며 메달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제 마지막 조의 성적에 따라 메달의 운명이 결정되는 순간, 이규혁은 선수대기석에서 숨죽이며 마지막 조의 레이스를 지켜봤다. 마침내 마지막 21조가 출발했고 네덜란드 '라이벌' 에르벤과 얀 보스는 역주를 펼친 끝에 에르벤이 1분09초32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이규혁을 4위로 밀어내고 동메달을 차지했다. 0.05초의 짧은 시간이 이규혁이 지난 15년 간 태극마크를 달면서 그토록 바라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의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린 것. 경기를 마친 이규혁은 "레이스 때 느낌이 너무 좋아 메달을 확신했었는데 마지막 선수가 너무 잘 탔다"며 "600m까지 기록은 내가 더 좋았는 데 마지막에 못 버텼다"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규혁은 "지난 3번의 올림픽보다 준비를 착실히 해왔고 긴장조절도 잘 됐었다"며 "간발의 차로 메달을 내줬지만 만족한다. 올림픽 운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나이로 29살이 됐다. 훈련과정과 생활이 너무 힘들고 몸상태도 지금이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만큼 올림픽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며 "내년 장춘동계아시안게임 이후에 은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규혁은 특히 "세계기록을 세우고 출전했던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이 가장 아쉽다"며 "이번 올림픽 일정을 모두 마친 만큼 쉬고 싶다. 한국에 가면 여행이라도 떠날 작정"이라고 12년 간에 걸친 자신의 올림픽 메달 도전을 평가했다. (토리노=특별취재반) 특별취재반 =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