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동부지역에서 40여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소말리아와 케냐 등에선 물을 마시지 못해 탈수증으로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국제적 구호단체인 옥스팜에 따르면 소말리아에선 지난달 중순부터 최근까지 최소 7명이 탈수로 숨졌으며,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많은 어린이들이 자신의 소변까지 마시고 있다. 이웃나라인 케냐 북서부 지방에선 지난 10일 말라버린 우물 속에서 물을 찾아 필사적으로 바닥을 헤집던 여성 4명이 우물이 무너지면서 사망, 가뭄과 관련된 사망자가 최소 40명으로 늘어났다고 현지 경찰이 전했다. 옥스팜은 16일 긴급 성명을 내어, 소말리아 남.중부 지방 주민들은 찌는 듯한 40℃의 기온 속에서 1인당 하루 세 컵의 물로 마시고 씻고 음식을 조리하면서 살고 있다고 밝혔다. 옥스팜은 이어, 많은 구호단체들이 아프리카 지역의 식량 및 사료 부족을 호소하고 있지만 소말리아에선 현재 마실 물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말리아의 한 노인은 "내가 기억하는 한 상황은 최악"이라며 "단지 마실 물이 부족해 사람들이 숨지고 어린이들은 자신의 소변을 마시고 있다"고 전했다. 옥스팜은 특히 소말리아에서 사람들이 최장 70㎞를 걸어가 얻을 수 있는 물이 고작 1일 최소 필요량의 20분의 1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옥스팜은 또 소말리아와 케냐 국경선 부근 주민 약 20만명의 경우 마실 물 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긴급구호가 있더라도 탈수로 인한 사망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뭄의 영향권에 속한 목초지역에선 소와 염소, 낙타 등 가축도 배고픔과 갈증으로 잇따라 숨지고 있다. 케냐 북서지방의 한 주민도 "물부족이 큰 문제"라며 "강이 말라붙어 사람들은 드문드문 있는 물 나올 곳을 찾아 수㎞를 걸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지부티와 에티오피아, 케냐, 소말리아 등 4개 아프리카 동부지역 국가의 800만여명이 가뭄과 관련된 기아에 노출돼 있다. 세계기상기구(WMO)측은 이 지역에서 가장 타격을 입은 몇몇 지방은 이번달이 1961년 이래 최고로 가문 달로 기록됐다며 이러한 최악의 가뭄은 적어도 4월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을 담당하는 유엔 특사인 키옐 본데빅은 오는 21일부터 이틀간 소말리아와 케냐, 에티오피아 등지를 방문, 가뭄실태를 파악할 예정이라고 유엔이 16일 밝혔다. (나이로비 AFP=연합뉴스) yct94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