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에서 드러난 대규모 명의도용 사건으로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게임 아이템을 미끼로 가입자를 끌어모으는 전형적인 방식이 한계를 드러낸 것.게다가 중국 대만 등 중화권에서는 한국 온라인게임들이 상위권에서 밀려나고 있다.


아이템 거래에 정신이 팔려 혁신에도 실패해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은 아이템 거래와 함께 성장했다.


리니지가 오프라인 아이템 거래로 성공하면서 비슷한 사례가 잇따랐다.


아이템을 거래하기 쉽게 만들면 성공한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됐다.


게임의 성패는 아이템 거래에 의해 갈렸다.


바로 이 아이템 거래가 이제는 게임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번 리니지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아이템을 노린 해킹,명의 도용,폭력 등의 폐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는 한국 게임을 베낀 현지 게임이 약진하고 있다.


2004년 말까지만 해도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 동시접속자 수 기준으로 1위부터 5위까지 휩쓸었으나 올해 1월 마지막 주에는 대부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1위는 미국 블리자드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2위와 3위는 중국 게임 '지앤샤칭웬'과 '멍환시유'가 차지했다.


블리자드의 WOW는 아이템 거래를 미끼로 내걸지 않고도 탄탄한 스토리와 뛰어난 그래픽으로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반면 스토리 세계관 그래픽 등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한국 게임은 누구든지 마음만 먹으면 베낄 수 있는 사냥감이 되고 있다.


온라인 게임은 더 이상 한국의 독무대가 아니다.


세계 최대 게임업체인 미국 EA는 지난해 온라인게임 진출을 선언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한국 게임업체의 일본 법인에 투자하고 대규모 게임 펀드를 만들었다.


지난해에는 한국 그라비티를 인수하기도 했다.


나스닥에 상장까지 한 중국 샨다도 한국 액토즈소프트를 인수,세계적인 '큰손'으로 등장했다.


최근 일본에 진출한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비디오게임 일색이던 일본에서도 최근 온라인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며 "이들은 한국 게임의 서버 운영 능력 등에는 감탄하면서도 게임성에서는 한국이 별로 앞선 것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대부분 '리니지 아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게임이 나와도 세계관이나 스토리에서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한다.


대작이라고 다를 게 없다.


100억원을 들여 개발했다고 해도 대부분 회식비 접대비로 썼을 것이라는 비아냥도 있다.


게임업계는 아이템 거래에 의존하는 게임 흥행성,턱없이 부족한 전문 인력,최고라고 자만하는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 등을 한국 온라인게임이 혁신에 실패한 이유로 꼽는다.


나코엔터테인먼트 김준현 마케팅 팀장은 "아이템 거래에 종속된 구조가 온라인 게임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