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유시민(柳時敏) 신임 보건복지장관의 예방을 받고, 국민연금 개혁 등 현안을 논의했다. 유 장관은 이날 한나라당과의 그간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듯 약속시간에 정확히 맞춰 집무실에 도착, 박 대표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이며 깍듯하게 인사했다. 박 대표는 "장관직을 맡으시니 행동하시기에 부담을 많이 느끼시느냐"며 "복지문제가 중요한데, 좋은 기반을 잡는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도록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유 장관은 "그리 하겠다"고 답한 뒤 느닷없이 "박 대표는 의원으로서나 장관으로서나 만나뵙기 쉽지 않은 분이라,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을 적어왔다"며 한때 박 대표의 `트레이드 마크'로 통했던 수첩을 꺼내들었다. 그는 "박 대표는 사실상 퍼스트레이디로 국정을 이끌었던 분이고, 많은 분들이 아직도 소록도에서 자원봉사했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며 업무협조를 부탁하고 "국민연금 문제가 국회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대표께서도 필요할 경우 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려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야당안을 포함해 새로운 제안을 받아들여 최선이 안되면 차선이라도 (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의원일 때는 일부러 싸우고도 하지만, 장관일 때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특유의 언행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선 "대통령을 대신해 업무를 추진하는 측면도 있어, 저로 인해 다른 분들에게 누가 없도록 해야하기 때문에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만이 길이다"며 "정부안은 재정고갈을 약간 늦추는 정도지, 근본적 재정 고갈을 막는 길이 아니다"고 답했다. 이날 면담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뼈있는 농담도 오갔다. 최연희(崔鉛熙) 사무총장은 과거 유 장관의 `면바지 차림 국회의원 선서' 파문을 염두에 둔 듯 "정장을 하시더니 국제신사가 됐다. 잘 어울리신다"고 했으며, 박 대표는 `신중한 행보와 포용력'을 주문하는 배석자들의 발언 끝에 "오는 말이 고우면 가는 말이 곱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이날 민주노동당과 국민중심당도 잇따라 방문, 양당 대표들과 면담을 갖고 복지문제와 관련한 각당의 협조를 요청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