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경영 업그레이드'] 감성 경영의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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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인들에게 커피는 간편한 해장국 같은 것이었다.
기능성 음료였다고나 할까.
아무데서나 사먹어도 되고 맛도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경쟁 기준은 자연히 가격이었다.
커피업계는 누가 커피 원두를 더 싼 값에 확보하느냐 하는 승부에 목숨을 걸었다.
모든 업체들이 공멸의 가격경쟁을 벌일 때 스타벅스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창업자인 하워드 슐츠가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왜 어디서나 1달러만 내면 마실 수 있는 커피를 어떤 사람들은 호텔에서 몇배나 되는 돈을 주고 사는 걸까."
바로 감성적인 요인이었다.
분위기,상류의식,향기,멋 같은 것 말이다.
사람들이 돈을 내고 사는 것,이것이 바로 가치다.
성공 사례를 놓고 보면 이렇게 쉬워보이지만 가치를 찾아내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다.
김위찬,르네 마보안 교수는 '블루오션전략'에서 현재의 고객들에게서 찾을 수 없는 가치를 찾아내는 방법 가운데 하나로 '기능,감성의 초점을 바꾸라'고 강조한다.
기능 중심이었다면 감성 중심으로,반대로 감성 중심이었다면 기능으로 초점을 바꾸면 이전에 개척되지 않았던 거대한 고객집단을 잡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능과 감성은 소비자들의 취향 가운데 대표적으로 양분되는 두 경향이다.
어떤 산업이 기능 중심으로 발전하면 감성적인 것을 선호하는 사람은 이탈하고 만다.
미국 커피산업의 경우 기능 일변도로 변해 감성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잡지 못했던 것이다.
그걸 감성 중심으로 바꾸자 전혀 다른 새 시장이 개척된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많다.
업종이 감성 중심 경쟁으로 치달으면 기능을 선호하는 고객들을 놓치게 된다.
화장품 산업이 대표적이다.
화려한 용기에 디자인,비싼 모델로 승부하면서 허영심과 부러움이라는 감성을 판 것이 화장품 산업이었다.
그렇게 산업의 규칙이 정해지면 '눈썹만 그리면 되는' 기능 취향의 고객들이 이탈하고 마는 것이다.
이때 감성이 아니라 기능에 집중해 성공한 것이 바로 보디숍이고 국내로 보면 '미샤' '더페이스샵' 같은 브랜드들이다.
최근 경영자의 감성 리더십이 성과를 거두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그 비결도 사실은 기능과 감성의 초점을 바꾸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일로 닦달하고 성과를 확실하게 내는 '기능적' 리더의 시대였다.
자연히 가족 같은 분위기,학교 같은 즐거움,스포츠팀 같은 동료애를 좋아하는 감성 취향의 사원들은 회사 다니는 것을 별 재미없어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들의 '마음'을 잡으니 회사 분위기가 한번에 달라지는 건 놀라운 일이 아니다.
감성적인 요소라면 뭘까.
바로 유머 웃음 눈물 승부 동료애 멋 즐거움 같은 것들이다.
사람도 기본적으로는 동물이다.
생각하고 판단하기 이전에 먼저 느낀다는 얘기다.
그런 감성을 자극할 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동기유발효과를 볼 수 있다.
새로운 돈이 들 일 없는 '혁신 경영'인 셈이다.
감성경영을 그저 사람들에게 잘해주는 것 정도로 여겨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도입할 일 정도로 생각하는 경영자가 여전히 많아서 하는 얘기다.
한경 가치혁신연구소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