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씨티은행 등 국내에서 영업하고 있는 국제은행그룹에 대해 인사 예산 대출 등의 분야에서 국내 현지법인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자제하라고 권고했다. 금융감독위원회는 국제은행그룹의 국내 현지법인 운영 형태 등에 관한 조사를 바탕으로 이 같은 내용의 지도 방안을 마련,시행에 들어갔다고 15일 밝혔다. 박대동 금감위 감독정책1국장은 "일부 외국계 은행의 경우 인사나 예산집행에서 본사로부터 지나치게 경영 간섭을 받고 있다"면서 "대주주의 부당한 영향력 행사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의 경우 임원 선임에 관한 대주주의 고유 권한은 존중하겠지만 그룹의 경영 비전을 대변할 이사와 한국 경제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이사가 균형 있게 포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사회 구성에서 내·외국인 비율을 맞춰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제금융그룹인 씨티와 SCB의 한국 현지법인인 한국씨티은행과 SC제일은행은 외국인 비율이 높은 이사회를 갖고 있다. 한국씨티의 경우 이사회 멤버 총 12명 중 7명이 외국인으로 채워져 있다. SC제일은행은 10명의 이사회 멤버 가운데 5명의 한국인을 선임하고 있지만 다른 은행과 달리 감사가 이사회 멤버에 포함돼 있어 이를 제외하면 역시 외국인이 많은 상황이다. 박 국장은 또 "임원이 아닌 일반직원의 채용이나 성과 평가,배치 등 일반적인 인사관리는 현지법인이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개별적인 예산 집행도 현지법인에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씨티은행의 경우 일반 직원 인사 때 은행장과 소그룹장(부행장)이 공동 서명하는 형태를 갖고 있어 노동조합에서 반발하는 등 논란이 있어 왔다. 여신이나 리스크 관리도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개별 여신에 대한 실질적 승인으로까지 확장되지 않도록 은행 자체 내규를 마련해야 한다는 게 감독당국의 입장이다. 이성태 기자 ste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