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은마아파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앵커오프닝)
정부는 집값 불안의 주범으로 또 다시 재건축아파트를 지목하고 나섰습니다.
8.31후속대책 또한 재건축아파트를 정조준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시장에선 대책이 표되기 전부터 회의적인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 시간에선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대표격인 은마아파트를 통해 부동산 대책의 영원한 숙제가 돼버린 재건축 아파트를 파헤쳐봤습니다.
최서우 기자 나왔습니다.
앵커)
은마아파트라고 하면 굳이 강남에 살지 않더라도 대부분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곳인데요...?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가 돼버린 곳이죠?
기자)
그렇습니다.
부동산 문제의 핵심엔 항상 재건축 아파트가 있었고, 재건축 아파트의 중심엔 항상 은마아파트가 있었습니다.
강남 집값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는 이 아파트의 가격 변화는 항상 뉴스거리가 돼왔습니다.
얼마 전 이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넘어섰다는 뉴스가 나오면서 8.31대책이 결국은 실패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앵커) 그 동안 이 아파트의 집값은 얘기가 많이 됐지만, 실제 살고 있는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죠?
기자)
은마아파트 집값이 뉴스에 소개될 때 마다 이 곳 주민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더욱 따가워졌습니다.
정부가 재건축아파트를 집값 상승의 근원으로 보고 있는 한 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강남 집값을 부추기는 투기꾼 일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과연 은마아파트 사람들은 이러한 사회의 시선과 정부의 정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직접 만나 봤습니다.
VCR IN
기자 멘트)
제가 찾아간 곳은 은마아파트에 8년째 살고 있다는 김정순 주부의 집입니다.
인근 고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하고 있는 남편과 대학에 다니고 있는 두 아들을 둔 평범한 가정주부였습니다.
인터뷰) 김정순(52) 은마아파트 8년거주 00:11:36~59 + 00:12:02~19
"투기를 할려고 집을 샀다. 학군땜에 왔다.
이런 저런 얘기를 주위에서 많이들 한다.
하지만, 우리집하곤 너무 동떨어진 얘기다.
8년전에 이 곳에 집 한채를 장만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엄청 고생을 했다.
은마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모두 투기꾼이니 잡아야 한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우리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앵커) 10억원이 넘는 집에서 녹물이 나온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한데요..?
직접 생활하시는 분들은 집값이 오르는 것도 좋겠지만,,일단 생활을 좀 더 편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기자)
방금 화면에서 보신 것처럼 건물 노후화로 인한 생활불편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참 많았는데요...
가정집 내부뿐 아니라 건물외벽에도 노후화로 인한 불량상태를 쉽게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VCR IN)
보시는 화면은 건물이 오래되다보니 콘크리트 내부에서 석회질 같은 것이 복도 난간에 흘러내려 굳어 버린 것인데요.
마치 동굴 내부를 보는 듯 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이렇게 되다 보니 참다 못한 주민들은 집수리를 손수 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요.
제가 방문한 아파트동에서도 내부수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집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정부규제로 재건축이 쉽지 않게 되자 생활의 불편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이 개별적으로 수리를 많이 하다보니 공사기간 동안 이사를 가야한다거나 하는 불편도 생기고 이웃주민들도 공사기간 동안 불편을 겪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VCR OUT)
앵커) 은마아파트... 어찌 보면 빚 좋은 개살구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지금처럼 집값이 많이 올랐을 때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건 어떨가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특히나, 정부가 재건축을 이렇게 집중 규제하는 상황에선 집을 팔고 싶을 생각도 더욱 커질 것 같은데요?
기자)
몇 몇 분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실제로 집값이 많이 올랐을 때 집을 팔고 떠난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주민들은 정부가 아무리 재건축을 규제하더라도 집을 팔 생각이 없다는 의견입니다.
진경님(46) 은마아파트 6년 거주 04:12:50~
"투기대상으로 집값이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를 하고 이사 온 것이 아니었다.
아이들 교육땜에 왔기 때문에 얘들이 학교를 마칠때까지는 이사갈 맘이 없다.
정부정책으로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팔고 다른 곳으로 이사갈 생각도 없고 갈 수도 없다.
이 근방에선 은마가 젤 싸기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갈 곳이 없다."
김정순(52) 은마아파트 8년거주 04:10:43~55 + 04:09:25~43
"집값이 추가대책이 발표되면 당분간 떨어지겠죠..
근데 지금까지 정책이 나올때마다 일시적으로 떨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실수요자가 느끼는 것과는 너무 차이가 있다.
지금까지 부동산 정책이 다 실패한 걸 보면 알지 않느냐?"
들으신 것처럼 아이들 교육문제 때문에 강남에 거주하길 바라는 주민도 있었는데요.
제가 주민들을 직접 만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은마아파트에 사는 주민들 대부분은 정부가 아무리 재건축을 규제하더라도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정부 규제가 나오면 일시하락했다가 이전 가격을 웃도는 수준으로 반등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은마아파트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봤는데,,인근의 공인중개사들은 이번 대책을 앞두고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나요?
기자)
은마아파트 인근의 공인중개업소들도 정부대책이나 언론에 대해 별 반응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짜피 강남에 대한 수요는 계속 있을 것이고, 정부가 규제를 한다고 해도 잠시 동안의 관망기만 지나면 시장상황은 어짜피 똑같아 진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박호규 은마타운 공인중개사
"강남에 사는 사람들을 범죄자 취급한다.
투기꾼들이 사는 동네가 강남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투기지역이니 투기과열지구라는 용어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도대체 뭐가 투기며, 뭐가 올바른 투자인지? 그것부터 정부에 묻고 싶다.
강남에서 1주택자로 10년동안 살아 온 사람들을 과연 투기꾼으로 볼 수 있는가?"
앵커)
정부의 재건축 규제에 대해 강남 주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데요.
사실 재건축아파트가 강남에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강북의 재건축 단지에선 불만이 없습니까?
기자)
그렇지도 않습니다.
정부 대책이 강남 재건축을 주타깃으로 삼고 있기는 하지만, 강남 이외의 재건축 단지 주민들도 불만을 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강남처럼 집값도 오르지 않았는데, 규제는 규제대로 똑같이 받는다는 불만이었습니다.
VCR IN) 재건축 조합 모임
지난 주 열린 전국재건축조합 모임에선 강남, 강북을 포함한 전국의 재건축조합장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정부 대책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김재철 변호사 04:09:04~14, 04:10:22~42
"정당이나 청와대의 정책입안자들 가운데 부동산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정책입안자들이 용적률 인센티브라는 개념조차 모른다.
그게 현 정권의 현실이다. 수준이 그만하니 부동산 문제가 해결이 되겠나?"
규제가 심해지다 보니 정부에 대한 반발도 심해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부분의 재건축단지에선 사업추진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심지어 현 정권만 견뎌내면 결국에는 어떻게든 되지 않겠냐는 기대마저 일고 있습니다.
김재철 변호사 04:10:51~04:11:04
"현 정권내에서 레임덕 현상이 확실히 나오기 전까진 내실이나 기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강남 재건축 사업이 추진이나 되겠어요?"
앵커)
위헌논란이 일고 있는 개발부담금은 어떤가요?
주민측에서 취할 수 있는 법적 제동장치가 있습니까?
기자)
사실상 구체적인 제동장치는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법 뿐입니다.
재건축 단체의 자문을 맡고 있는 변호사를 직접 만나봤습니다.
김길찬 변호사 04:03:33~56
"구체적인 제동 장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헌법재판소에 제소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전에 부동산 정책의 입법과정에서 강남의 가격상승이나, 재건축 문제를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에 대해 계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법적인 제동이 현실적으로 그리 쉽지만은 않은 상황입니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의지가 워낙 강하다 보니 헌번재판소에서도 위헌판견을 내리기가 상당히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반응입니다.
앵커) 재건축 개발부담금이 정식 발표되기전부터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정부의 8.31후속 대책이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못한 채 급조된 땜질식 대책이라는
비판도 있죠?
기자)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부분의 부동산 정책이 일시적인 효과만을 거둔 채 실패로 돌아갔고, 그 실패를 메꾸기 위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인데요.
재건축 개발부담금을 처음 제기한 박헌주 주택도시연구원장도 이러한 지적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했습니다.
01:08:20~01:09:02
"원래는 재건축 뿐 아니라 부동산 정책 전반적인 문제를 논의했는데, 전반적인 논의는 다 제외되고, 재건축에 대한 얘기로만 논의가 집중돼 난처하다.
이강래 단장의 요청으로 (이달 초)회의에서 발표를 했지만, 정부와 사전에 협의된 내용은 아니다."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이 재건축아파트이니 만큼 정부에선 재건축을 잡지 못하면 부동산 정책이 모두 실패한다는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낀 셈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의식은 결코 장기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상황에서 알 수 있습니다.
앵커) 재건축 규제가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원인은 될 수 없다라는 얘긴데,,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재건축때문에 집값이 불안한 게 아니라면 근본적인 이유가 뭘까요
기자)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공급부족을 집값상승의 근본원인으로 꼽고 있습니다.
08:03:15~53
"주택가격 상승의 근본원인은 수요 공급문제에 있다.
재건축에 대한 수요가 상당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수요를 규제로 억제하는 것이 단기적인 효과가 있을진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위축돼 더 큰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