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목민'을 지향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대부분의 노트북PC가 '반쪽짜리'라는 느낌을 가져본 적이 있을 법하다. 이동성이 있고,가볍고,폼나고… 다 좋지만 아무데서나 인터넷을 접속해 검색을 하거나 채팅을 할 수 없는 점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물론 주요 호텔이나 병원 등에서는 무선 인터넷이 가능한 ‘네스팟’ 환경이 구축돼 있지만 장소가 제한돼 있어 여전히 불편하다. 프리랜스 웹디자이너이자 초등학교 5학년생 아들을 둔 주부 강정미씨(36)도 이런 점이 항상 불만이었다. 동네 카페에서 일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일주일에 두세 번 이른 아침 아들을 학교에 보내고 난 뒤 노트북PC를 들고 집을 나선다. 집에선 도무지 집중이 안 되지만 단골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시켜 놓고 은은한 향을 들이키면서 일을 하면 능률이 부쩍 오른다. 그러나 언제나 아쉬운 점은 '인터넷'이었다. 가끔 급하게 포털 검색을 하거나 메일을 송수신할 때면 근처 PC방에 가거나 집에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커피 체인점 스타벅스에서는 무선 인터넷 환경이 지원되지만 너무 북적거려 자주 가기를 꺼리는 편이다. 그런데 얼마 전 LG전자에서 나온 노트북PC를 하나 구입하게 되면서 강씨의 고민이 말끔하게 해결됐다. 강씨의 새 노트북은 'X노트 익스프레스 LW20-EV'란 모델로 3세대 이동통신인 EV-DO 수신기와 안테나를 내장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연결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휴대폰이 터지는 곳이면 인터넷도 접속할 수 있는 셈이다. 달리는 지하철이나 고속철(KTX),산골에서도 별 문제없이 인터넷을 할 수 있다. 가격이 200만원대 초반으로 약간 부담됐지만 공간의 제약 없이 인터넷을 할 수 있다는 점에 끌려 투자를 망설이지 않았다. 게다가 12.1인치 화면의 아담한 몸체에 검붉은 느낌이 나는 '블랙베리' 색상도 맘에 들었다. 더군다나 요즘 한창 화제가 되고 있는 지상파 DMB(이동멀티미디어방송) 모듈까지 달려 있어 지상파 방송까지 볼 수 있다지 않은가. 근사하게 생긴 노트북을 가지고 카페에서 뉴스 검색을 하고 블로그에 사진을 올려놓고,온라인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음악까지 들으며 일을 하자 주변 사람들이 놀라서 쳐다본다. 노트북으로 EV-DO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따른 요금은 월 3만4000원대.1년이면 40만원이 넘는 돈이라서 사실 맘에 걸렸지만 고민한 끝에 묘수를 생각해냈다. EV-DO 노트북을 쓰는 대신 집에서 월 3만원대 요금을 내고 쓰던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해지해 버리기로 한 것이다. 남편과 아들이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사용할 때는 이 노트북을 빌려주면 된다. 속도(데이터 전송률 400kbps∼1Mbps)가 집에서 사용하던 초고속 인터넷보다는 약간 느리긴 하지만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지난 주말 강씨 부부는 KTX를 타고 부산에 있는 시댁을 방문했다. 강씨는 때마침 급하게 마감해야 할 작업이 있었는데 EV-DO 노트북이 있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시속 270km나 되는 속도에서도 거짓말처럼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강씨는 1시간여 동안 편안히 앉아 작업하던 디자인을 최종 마무리하고 웹하드에 들어가 사진을 올려놓으니 간단하게 일이 처리됐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던 남편이 노트북을 잠시 빌려달라고 했다. 주말에도 학원에 가느라 집에 남아 있는 아들 녀석과 화상 채팅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남편이 준비해온 웹캠을 노트북에 장착한 뒤 메신저에 접속하니 동그란 안경을 쓴 아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우아,아빠! 정말 기차 안이에요? 난 좀 있다가 학원에 갈 건데∼" 강씨는 이어 '학원에서 내준 영어 숙제를 하고 있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조만간 초고속 인터넷을 끊어버리면 아들은 집에서 온라인 게임을 할 수도 없게 된다. 채팅을 끝내고 느긋하게 커피를 한 잔 마신 뒤 시계를 쳐다보니 부산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다. 강씨는 이 틈을 활용해 며칠전 노트북에 지상파 DMB 기능을 이용해 미리 녹화해둔 드라마를 보기로 했다. 이럴 줄 알고 지상파 DMB 모듈을 가방에 챙겨왔다. CD-롬 드라이브를 꺼내고 그안에 DMB 모듈을 넣으면 된다. 힐끗 보니 남편은 어느새 잠에 빠져 있다. 혹 낮잠에 방해될까 이어폰을 꽂은 강씨는 노트북 스크린에 드라마 동영상이 뜨는 걸 보면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세상,참 살기 편해졌네~' 고성연 기자 amaz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