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8 16:02
수정2006.04.08 19:53
밸런타인데이를 이틀 앞둔 12일 베이징의 궈화백화점.중국에서 칭런제(情人節)로 불리는 밸런타인데이 연인을 위한 선물로 등장한 금 박막으로 만든 장미가 단연 눈길을 끈다.
가격 때문이다.
19만9999위안(약 2500만원).은색 화병에 있는 금 장미를 만드는데 들어간 순금만 258g.중국 언론은 제조 원가가 1만위안(약 125만원) 수준이라고 추정했다.
폭리를 취하는 것이다.
밸런타인데이의 사치 풍조는 장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다.
베이징 3환 도로 인근의 유명 철판구이집인 '원푸다추'에서는 399위안(약 5만원)짜리에서부터 999위안(약 12만원)짜리 칭런제 메뉴가 연인들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징 샹그릴라 호텔이 내놓은 9만9999위안(약 1250만원)짜리 밸런타인데이 패키지를 이용하는 연인은 호텔측이 제공하는 벤츠 승용차로 호텔에 도착한 후 장미꽃 99송이를 선물 받고 스파 욕조가 딸린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으로 안내된다.
식사를 하는 동안에는 바이올린 곡을 들으며 최고급 프랑스 와인과 샴페인을 즐길 수 있다.
상하이의 포트만 리츠칼튼 호텔은 초호화 유람선으로 도시 전경을 구경하고, 최고위급 인사들이 묵는 프레지덴셜 스위트 룸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18만8888위안(약 2400만원)짜리 밸런타인데이 패키지 상품을 준비했다.
호텔측은 이 상품을 구입하는 고객에게 루이뷔통 기념품을 선물한다고 한다.
관영 신화통신이 12일 맞이한 중국의 명절 위안샤오제(元宵節,정월대보름)가 밸런타인데이의 적수가 못됐다고 자탄할 만큼 밸런타인데이는 중국 명절로 자리잡는 분위기이지만 소외계층의 박탈감을 높이는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중국 관료들이 "소비는 진작시켜야 하지만 과소비는 안된다"고 지적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중국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성장동력을 투자와 수출 위주에서 소비로 이전하기 위한 내수 진작책에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소득증가 속도가 더딘데다 높은 저축률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이 건전한 소비가 주도하는 내수진작을 어떻게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