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건호 회장을 얘기할 때는 항상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그는 대우증권에 근무하던 1984년에 국내에서 처음으로 '코리아펀드'를 뉴욕증시에 상장시켰고,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해외전환사채(CB)를 발행할 때도 주간업무를 맡았다. 그 후 현대자동차 대우중공업의 해외DR발행 등 굵직한 해외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국제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대우증권에서 최연소 임원과 부사장을 거쳤고,메리츠증권 사장 시절 국내 최초로 부동산을 이용한 '리츠'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도 그에게는 최초의 '경선출신 협회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그는 지난 2004년 2월 업계에서는 처음 실시된 증권업협회장 선거에 출마해 상대후보를 누르고 당선됐었다. 황 회장은 30여년을 증권사에서 근무한 정통 증권맨으로 대부분의 기간을 대우증권에서 근무했다. 1976년 대우증권에 입사한 후 뉴욕사무소장 기획실장 전무 부사장 등을 지냈다. 1999년 10월부터 2003년 12월까지 메리츠증권 사장을 역임했다. 그는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한 협회장 중의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증권사 간 수수료 인하 출혈경쟁을 종식시켰고 '주식으로 저축하기' 캠페인을 통해 주식투자 기반을 늘리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 지난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올해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 대 정부 활동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황 회장은 "요즘처럼 증권업계가 공조체제를 잘 갖춘 모습을 보인 때도 드물 것"이라고 말한다. 황회장은 다독(多讀)으로 유명하다. 여러 권의 책을 사서 필요한 부분만을 발췌하거나 단숨에 독파하는 스타일이다. 괜찮은 책은 다량 구입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그런 황 회장이 최근에 밑줄을 쳐가며 정독하는 책이 있다. 레스터 서로우가 쓴 '세계화 이후의 부의 지배'다. 세계화에 동참하는 용기있는 사람이나 기업이 부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 재도약을 앞두고 있는 국내 증권사들이 꼭 가슴에 새길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황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과감하게 리스크를 떠안는 증권사들만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독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