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08년 미국 대선 때 부시가(家)와 클린턴가가 제휴해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인인 힐러리 의원을 차기 대통령으로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는 흥미로운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정치 이념과 출신 지역 등을 감안할 때 두 가문의 제휴는 상상하기 힘들지만 최근 들어 이 같은 분위기가 점점 감지되고 있다는 것. 당초 워싱턴 정가에선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부시 가문이 국정 운영 협조를 전제로 힐러리에게 차기 대권을 밀어줄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었다. 최근 들어선 미 역사상 첫 여성 대통령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언론 보도들이 나오기 시작했고,급기야 9일 뉴욕타임스(NYT)가 이 문제를 정식으로 다루고 나섰다. 두 가문은 지난 2004년 쓰나미와 지난해 카트리나로 발생한 피해자 기금 모금 운동을 하면서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가까워졌다. 특히 클린턴이 지난해 심장 수술을 했을 때 아버지 부시는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부시 현 대통령도 최근 CBS와의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이 부친과 너무 가까워져 (클린턴이) 부시 가문의 새 가족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만약 힐러리 의원이 차기 대통령이 되면 어떻겠냐"는 앵커 질문에 대해선 "그렇게 되면 '부시-클린턴-부시-클린턴' 순환이 되겠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두 가문은 최근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부인인 코레타 스콧 킹 여사의 영결식에 나란히 참석해 소문을 더욱 확산시켰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이 단상의 주빈들을 소개하면서 '우리의 대통령'(부시 현 대통령)과 '전직 대통령'(아버지 부시)을 호명하다가 힐러리의 소개 때 잠시 멈칫하자,분위기를 눈치챈 청중들이 "미래의 대통령 힐러리"를 외쳤고 잠시 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는 것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