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스펀은 영원하다.' 앨런 그린스펀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직에서 물러난 후에도 여전히 금융시장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지난 1월31일 퇴임한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말한마디가 금융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리먼브러더스가 주최한 사적 모임에 참석,10여명의 참석자들에게 "경제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금리가 추가 인상될 필요가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그린스펀은 이어 "낮은 수준을 보이는 장기금리가 FRB의 경제 관리 능력을 제약하고 있다"며 추가긴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고 참석자들은 밝혔다. 그린스펀은 다만 금리가 얼마나 더 인상돼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참석자는 덧붙였다. 그린스펀의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미국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다.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에 대한 달러화 환율은 달러당 118.52엔에 거래돼 전날(117.95엔)보다 0.57엔 상승했다. 금리상승 가능성으로 인해 달러가치가 그만큼 비싸진 셈이다. 채권시장에서 10년만기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전날보다 0.02% 상승(채권값 하락)한 연 4.593%를 기록했다. 다만 주가는 그린스펀의 발언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를 보여 '반(反) 그린스펀'에 대한 면역력이 서서히 생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월가에서는 그린스펀이 사적 모임에서 언급한 내용을 전한 소식만으로 금융시장이 출렁인 것은 그만큼 그린스펀의 영향력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그린스펀이 FRB 내부 기류를 정확히 꿰뚫고 있다는 점에서 그린스펀의 발언 내용이 상당한 무게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치 '죽은 공명(그린스펀)이 산 중달(벤 버냉키 의장)을 쫓아내는 격'이다. 그린스펀의 발언과 함께 FRB가 연방기금 목표금리를 연4.5%에서 5%까지 올릴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멜론 파이낸셜의 사마르지트 샨카르는 "미국과 다른 나라의 금리 격차가 계속해서 달러 강세를 지지할 것"이라며 "FRB가 올해 두 번 더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연방기금 목표금리는 오는 3월 말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90%로 반영했다. 손성원 LA한미은행장은 "FRB위원 대부분은 오는 3월 열리는 FOMC(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갖고 있다"며 "그린스펀의 발언은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