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지젤 데이비스 IOC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토리노 메인미디어센터(MMC)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박용성 위원에 대한) 재판 결과를 언론을 통해 알았지만 법원의 최종 판단을 지켜 본 뒤 (윤리위원회 회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IOC 위원인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으로부터 회삿돈 횡령 및 비자금 조성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80억원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IOC가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나기 전까지 윤리위원회를 소집할 뜻이 없음을 밝힘에 따라 당분간 박용성 위원은 자격정지 등의 제재를 당하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IOC는 지난 1999년 '솔트레이크시티 스캔들'이 터진 이후 엄격한 윤리 규정을 준수하고 있지만 윤리위원회 소집 권한을 갖고 있는 자크 로게 위원장은 사안에 따라 조금씩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04년 김운용 전 IOC부위원장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지 않은 채 검찰에 구속되자 마자 로게 위원장이 윤리위를 소집, 전격적으로 자격정지시켰다. 그러나 지난 해 부패 혐의로 기소된 프랑스의 기 드뤼 위원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자 항소를 포기, 유죄를 인정한 뒤 프랑스 정부에 사면 요청하는 상태에 이르렀지만 IOC는 자격정지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유럽 지역 주요 언론에서 형평성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비난 여론이 비등하자 로게 위원장은 뒤늦게 사면요청 심사가 끝나는 오는 5월31일까지 드뤼 위원을 일시 자격정지시켰다. 때문에 로게 위원장은 사실상 `정적'이었던 김운용 전 부위원장에게는 가차없이 칼을 휘둘렀지만 박용성 위원에게는 여론의 추이에 따라 재기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데이비스 대변인은 이날 남북한의 동시입장 방안에 대해선 "개폐회식에는 동시입장하지만 경기 출전은 따로 할 것"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토리노= 연합뉴스)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