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8일 윤만준 현대아산 사장(사진)의 입북을 허가한 배경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측은 지난해 11월 금강산 관광을 정상화한 이후에도 윤 사장과 일부 임원들의 입북을 허용하지 않았다.


한 때 북측은 현대아산의 경영진 교체까지 요구했던 터라 이번 입북 허가는 상당히 전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현대아산은 일단 "금강산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의 조속한 처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최고 책임자급의 면담이 필요하다는 데 양측이 인식을 같이했다"며 방북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하지만 윤 사장이 지난해 8월 말 이후 5개월여 입북을 금지당해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방북은 북한이 윤 사장을 실질적인 대화의 파트너로 인정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번 방북 기간에 윤 사장이 북측의 사업 실무책임자인 장우영 금강산국제관광총회사 총사장을 만나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사고수습뿐만 아니라 올해 금강산 사업계획에 대해서도 북측과 의견을 교환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올해 금강산 관광객 유치 목표를 지난해보다 10만명 정도 많은 40만명으로 잡은 현대아산은 북측과 고위급 대화의 물꼬가 트인 데 대해 고무된 표정이다.


그동안 윤 사장은 입북 금지에 대한 질문에 "기다리면 좋은 날이 오겠지요"라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이번 방북이 향후에도 윤 사장에게 계속 '좋은 날'을 가져다 줄지는 현재로선 속단하기 어렵다.


정상화된 금강산 관광사업과 달리 개성 및 백두산관광사업 준비 작업에서 현대아산은 소외돼왔기 때문이다.


대북사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김윤규 부회장 문제 이전 상황으로 완전히 돌아간 것은 아니지만 이번 방북은 그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다른 사업들도 단계적으로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북허가를 두고 북측과 현대의 힘겨루기에서 현정은 회장의 원칙고수가 결과적으로 먹혀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양측이 지난 5개월여간 갈등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상대방을 이해하는 방법을 터득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