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 '슈퍼볼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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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슈퍼볼'은 단순히 운동경기가 아니다.
천문학적인 돈이 수반되는 '돈잔치'다.
5일(현지시간) 열린 제40회 슈퍼볼도 예외는 아니었다.
글로벌기업들은 30초에 250만달러로 치솟은 광고를 잡기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런가하면 가족이나 친구를 초청,로열박스를 차지한 뒤 '그들만의 잔치'를 벌인 기업 경영자들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올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기업 경영진에게 주어지는 각종 특혜에 대한 공시를 강화키로해 '공금의 사적 유용'에 대한 논란이 슈퍼볼을 계기로 다시 불거지고 있다.
◆'슈퍼볼은 머니볼'
ABC방송이 생방송한 올 슈퍼볼의 TV 광고단가는 30초 기준 250만달러(약 25억원).초당 8만3333달러(약 8100만원)에 달했다.
슈퍼볼의 30초 광고비는 1996년 137만달러에서 2000년에는 238만달러로 수직상승했었다.
그러나 9·11테러 직후엔 206만달러로 하락했다가 최근 다시 치솟는 추세다.
미국인의 40%가 한꺼번에 시청했다니 그럴만도 하다.
그뿐만 아니다.
슈퍼볼을 유치한 디트로이트시는 관광객만 12만명이 찾는 등 4억9300만달러의 경제적 효과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미국 사람들이 TV를 보면서 가장 먹기 좋아한다는 피자의 경우 슈퍼볼 경기시간 중에만 370억달러어치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TV도 슈퍼볼 전에 170만여대가 팔린 것으로 추정됐다.
각종 '내기'와 그에 따른 소비를 감안하면 '슈퍼볼 특수'는 엄청난 것으로 지적된다.
◆만연한 '슈퍼볼 특혜'
슈퍼볼 인기가 이렇듯 높다보니 입장권 선물은 최고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은 좋은 좌석을 싹쓸이,주요 손님들에게 선물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다보니 600달러짜리 입장권이 경기 직전 최고 1만달러까지 거래되기도 했다.
이런 관행도 최근 월가에서는 논란이 되고 있다.
피델리티의 이른바 '총각파티 사건' 등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상태라 슈퍼볼 티켓 선물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더욱 논란이 되는 건 기업 주요 임원들이 회사 돈으로 친구와 가족을 초청,경기를 관람한 경우다.
이들 중 일부는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10명 안팎이 들어가는 별도의 방을 예약,칵테일을 즐기며 경기를 관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돈도 회사 경비로 지출된다.
타임지는 이런 관행을 아예 '슈퍼볼 특혜(Super Bowl Perks)'라고 명명했다.
◆SEC의 공시강화
경영진의 회사 돈 남용은 이미 도를 지나쳤다는 지적이 많다.
어쩌면 슈퍼볼 특혜는 별 것 아닐 수도 있다.
회사 비행기,골프나 콘도 회원권 등을 사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배(연봉)'보다 '배꼽(각종 부대비용)'이 더 크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또 잭 웰치 전 GE 회장의 경우에서 나타났듯이 퇴직 후 회사에서 주주들 몰래 지급하는 돈도 엄청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 증권거래위원회는 최근 기업 임원 보수 공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골프장 회원권 사용,각종 공연 관람,회사 비행기 이용 등에 따른 금액이 연간 1만달러가 넘으면 공시토록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슈퍼볼을 보기 위해 터무니없이 많은 회사 돈을 지출한 경영진은 난처한 지경에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시가 이뤄질 경우 투자 펀드와 주주들이 회사 돈을 축냈다고 들고 일어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