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 척결,빈곤 추방,마약과의 전쟁 등을 내세워 한때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던 탁신 시와낫 태국 총리가 낙마위기에까지 몰렸다. 탁신 총리를 위기로 몰고 있는 것은 최근 탁신 가족들이 소유한 주식의 매각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의혹이다. 자녀들과 처남 다마퐁 등 탁신 가족이 소유한 태국 최대 재벌기업 '친코퍼레이션'의 지분 49.6%를 싱가포르 국영투자기관 '테마섹홀딩스'에 매각하면서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겼으며 이 과정에서 내부 거래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태국 국민들은 국가의 주요 회사를 외국에 팔아넘긴 점과 엄청난 갑부인 탁신 가족들이 이번 거래로 19억달러(약 1조8500억원)의 추가 이익을 챙겼으면서도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았다는 것에 더욱 분노하고 있다. 태국 방콕에서 4일 열린 반정부 집회엔 6만명을 웃도는 군중이 몰려 "탁신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며 총리의 즉각적인 퇴임을 요구했다. 이날 반정부 집회를 주도한 중견 언론인 손티 림통쿤은 "조만간 다시 대규모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며 "탁신 총리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그를 해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와중에 우라이완 티엔통 문화부 장관이 "정치 상황이 좋지 않은 데다 윤리를 지키겠다"며 사퇴한 데 이어 그의 남편인 소라앗 클리프라툼 정보통신부 장관도 사임해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탁신 총리는 사임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그는 4일 라디오 연설을 통해 "비판자들의 압력 때문에 퇴진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나를 그만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은 국왕이며 국왕께서 나에게 떠나라고 하면 그때 그렇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5일에도 "임기를 마칠 때까지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6일 태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이 지난 3,4일 방콕과 방콕 근교 주민 146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탁신 총리가 계속 총리로 남아있기를 바란다는 응답자가 33.6%로 사임을 원한다는 응답(14.6%)보다 높았다. 하지만 사태가 악화될 경우 탁신의 사임을 원하는 목소리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