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제조업체 A사의 최고경영자인 K사장의 약력은 신기하기 짝이 없다.


약력에 무려 11개의 대학원 이름이 기재돼 있다.


K씨는 어떻게 대학원을 11개나 거칠 수 있었을까.


A사 사이트에 나와 있는 K사장의 약력을 자세히 살펴보면 의문이 풀린다.


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정식 대학원이 아닌 최고경영자과정(Advanced Management Program:AMP)이었다.


A씨는 고려대학교 학부와 경원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한양대 카이스트 등 주요 대학에서 개설한 AMP 과정을 10곳이나 섭렵했다.


그는 모교인 고려대에서만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컴퓨터과학대학원 최고정보통신과정','생명과학대학원 최고위과정' 등 세가지 AMP 과정을 들었다.


주요 대학 경영대학원에서 K 사장 같은 'AMP쇼핑족'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수강생의 90% 이상이 이미 1개 이상의 AMP 과정을 마쳤다고 설명하는 경영대학원까지 있을 정도다.


회사를 경영하려면 몸을 10개로 쪼개도 모자란 최고경영자(CEO)들이 학교로 되돌아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신 경영지식을 배우고 자신과 엇비슷한 지위에 있는 인맥을 확보하는 것이 회사의 경영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CEO들이 그만큼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고급 인맥과 두터운 친분을 맺어두면 사업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K 사장는 "과정을 들으면서 친해진 CEO로부터 경영에 도움이 되는 고급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고민도 나눌 수 있다"며 "인사,대관업무,자금조달 등은 어느 기업이나 똑같이 고민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토론을 통한 의견공유가 문제 해결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AMP과정에서 배운 내용이 경영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은기 서울과학종합대학원 부총장은 "지난해 하반기에 열렸던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4T CEO'과정을 들은 CEO들 중 상당수가 기말 레포트로 제출한 기업의 CEO들이 경영혁신안을 곧바로 현업에 적용했다"며 "윤리경영과 환경경영 등의 원리를 현업에 적용한 삼천리가 대표적인 예"라고 말했다.


학벌 컴플렉스를 극복하기 위해 AMP 과정의 문을 두드리는 CEO들도 있다.


주로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자수성가형 CEO들이 이 부류에 포함된다.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의 한 교수는 "한번 최고경영자과정에 빠져든 CEO들은 계속해서 다른 최고경영자과정을 찾게 된다"며 "주요 경영대학원이 운영하는 AMP과정에 참석하지 않으면 CEO사회에서 소외된 것 같아 강의를 들으러 다닌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송형석·문혜정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