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종주국' 한국, 중국서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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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해외 진출 '교두보'로 확보한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시장에서 미국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최근 1년 새 상위권을 모두 내줬다.
2004년 말까지만 해도 한국 온라인게임은 중국에서 2위를 제외하곤 1위(리니지2)와 3~5위를 휩쓸었으나 지금은 대부분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비앤비'와 '리니지2'가 각각 4위와 5위를 차지했을 뿐 1위부터 3위까지는 미국산과 중국산 게임에 넘어갔다.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2004년 말 대만 온라인게임 순위 1~5위는 모조리 한국산이 휩쓸었다.
'라그나로크'를 선두로 '리니지2''리니지''씰온라인''탄트라' 등이 뒤를 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1~5위를 모두 내줬고 '라그나로크'가 6위로 체면을 유지했다.
게임산업개발원에 따르면 한국 온라인게임의 중국 시장 점유율(타이틀 수 기준)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
2002년 50.0%에서 2003년엔 54.1%로 올랐으나 2004년엔 51.9%로 떨어지기 시작했고 2005년엔 40%까지 급락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온라인게임이 중화권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은 무엇보다 '한국 온라인게임은 어떤 것을 가져가든 잘된다'는 자만심에 빠진 나머지 현지인들이 원하는 게임을 내놓는 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유럽 게임 업체들이 공세를 강화한 것도 요인이 됐다.
한국 게임을 무조건 베끼기만 하던 중국 업체들도 이젠 맞대적해야 하는 상대로 성장했다.
위메이드 상하이 법인의 전동해 부장은 "와우(WOW)가 결정타였다"고 말했다.
미국 블리자드의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는 지난해 초 나오자마자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을 강타했다.
전 부장은 "아이템과 레벨업에 집착하는 한국 온라인게임은 풍부한 시나리오와 즐길거리가 가득한 와우와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젠샤칭위안(劍俠情緣)''멍환시유(夢幻西游)' 등 중국 업체들이 현지 입맛에 맞게 제작한 게임이 쏟아져 나오면서 상황은 더욱 불리해졌다.
막연한 유럽풍 판타지 일색인 한국 게임보다는 중국인 취향에 맞춘 현지 게임들이 더 각광받게 됐다는 것.
한국 업체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한국 게임을 그대로 중국에 가져가 번역만 해서 내놓는 수준에 머물렀다.
NHN의 중국 법인 롄쫑(聯縱) 김정호 대표는 "중국에서는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독특한 분위기와 스타일을 파악해 맞춤형 서비스를 하는 게 특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는 아이템 거래만 잘되면 게임이 뜨지만 중국에서는 화려한 그래픽과 균형 잡힌 캐릭터 등 갖춰야 할 요소가 훨씬 더 많다.
중국 진출 업체 관계자들은 한결 같이 아이템 거래 하나만으로 밀어붙여 가지고는 통하지 않는 환경이 됐다고 말한다.
중국 정부의 자국 게임 우선정책도 한 몫을 했다.
한국게임산업개발원 국제협력팀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강요하진 않지만 큰 업체들에 자국 국적의 게임 개발을 독려하면서 중국인 취향에 맞춰 자체적으로 개발한 게임이 부쩍 늘어났다"고 밝혔다.
문화관광부는 2004년 4억2000만달러였던 중국 온라인게임 시장이 지난해 6억2100만달러로 50% 가까이 커졌고 올해는 8억4900만달러,2007년엔 11억46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시장이 급성장함에 따라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웹젠 상하이 법인의 이재철 이사는 "지난 2년간 한국산은 별다른 대작 없이 경쟁에서 밀려난 게 사실"이라며 "하지만 올해는 '썬''그라나도에스파다''제라' 등 대작 게임들이 대거 공개될 예정이어서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