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더 이상 미국서 가장 싼 차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미국 중소형차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현대차에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미국과 일본 업체들이 잇따라 현대차보다 낮은 가격에 새 모델을 투입,가격전쟁이 벌어질 조짐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급락세까지 겹치면서 현대차가 더 이상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힘들어졌다"면서 "이젠 품질과 성능으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GM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등이 미국 시장에서 1만~1만2000달러대의 값싼 소형차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현대차가 현지에서 판매하는 차 가운데 가장 작은 엑센트(베르나)의 판매가가 1만2455달러(이하 기본 모델 최저가 기준)라는 점을 감안하면 소형차의 대명사였던 현대차보다 싼 차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GM은 시보레 브랜드의 소형차 코발트(2000~2400cc)의 판매가를 1만2400달러로 정했다.


GM은 1600cc급인 시보레 아베오(GM대우 칼로스)도 9350~1만3050달러에 팔고 있다.


크라이슬러의 경우 닷지 브랜드의 소형차 칼리버(1800~2400cc) 판매가를 1만3985달러로 책정했다.


새 모델이지만 구 모델인 네온에 비해 410달러가량 가격을 떨어뜨렸다.


이 회사는 크라이슬러 브랜드의 첫 번째 대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아스펜 가격도 파격적인 1만3895달러로 정했다.


현대 투싼(1만7495달러)이나 싼타페(구형,2만1695달러)보다 훨씬 저렴하다.


일본 업체들도 가격 파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도요타는 소형차 에코를 대체할 야리스를 1만950달러(3도어 해치백 기준)에 내놓았다.


4도어 세단은 1만1825달러.혼다는 소형차 피트를 오는 4월부터 1만3000달러 선에 출시할 계획이다.


미국서 팔리는 일반 소형차와 달리 ABS(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와 6개의 에어백 등을 갖춰 상품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닛산도 소형차 버사를 싼 가격에 내놓고 연간 10만대를 판다는 목표를 세웠다.


중형차 시장에서도 현대 쏘나타의 가격은 일부 경쟁 차종의 판매가를 웃돈다.


신모델(NF)을 출시하면서 1만6449달러(EF)였던 가격을 1만7859달러로 1410달러 올렸다.


이로 인해 1만7145달러인 포드의 중형 세단 퓨전(2300~3000cc)이나 1만7650달러인 닛산 알티마(2500~3500cc)보다 비싸졌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최근 쏘나타 판매 인센티브를 대폭 강화한 것도 경쟁사들의 저가할인 경쟁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며 "가격 전쟁이 심화될 경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의 할인경쟁 탓에 현대차의 영업이익률은 2003년 9.0%에서 지난해에는 5.1%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대해 현대차 관계자는 "쏘나타의 판매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데다 올해부터 아제라(신형 그랜저) 판매가 본격화되면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소형차보다는 점차 부가가치가 높은 중대형 차량 쪽의 비중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미국에서 지난해보다 16.9% 증가한 53만2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