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을 멈췄다가 다시 보는 '타임머신 TV'는 LG전자가 지난해 내놓은 가전제품 중 최고의 히트상품이다. 같은 인치대 PDP·LCD TV에 비해 50만원가량 비싸지만 새로운 기능에 매료된 고객의 수요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첫 출시 당시 월 1000대가량 판매되던 물량이 최근에는 전체 평판 TV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올 들어 PDP '타임머신TV'의 월 판매량은 5000대 수준.


김쌍수 LG전자 부회장도 "타임머신 TV야말로 LG전자가 추구하는 블루오션 제품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치켜세울 정도다.


LG전자가 '타임머신 TV'를 개발하게 된 것은 '할리우드 액션'으로 유명한 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 안톤 오노 덕분. LG전자 디지털TV 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권일근 상무는 지난 2002년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중계를 보면서 '생방송을 잠시 멈췄다 보는 TV를 만들면 어떨까'하는 영감을 얻었다. 안톤 오노 선수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 선수가 금메달을 놓치는 걸 보고 화가 나면서 생방송도 되돌리기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른 것. 이후 2년여의 노력 끝에 지난해 5월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생방송을 멈췄다 보는 '타임머신 TV'를 시장에 출시,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타임머신 TV는 안에 하드디스크가 들어 있어 약 1시간 분량의 방송 내용을 자동으로 녹화해 일시 정지나 반복 재생할 수 있는 제품이다.


사실 타임머신 TV는 제품명의 효과도 톡톡히 보고 있다. 당초 LG전자는 '타임머신'이라는 제품명 대신 일반적으로 가전 제품에 붙이는 영문 알파벳과 숫자 조합 형태의 이름을 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미 '휘센' 에어컨,'트롬' 세탁기 등을 통해 제품 이름의 중요성을 체험한 마케팅팀에서 부르기 쉬운 이름을 제안하면서 한때 A전자업체가 잠깐 사용하다 중단한 '타임머신'이라는 이름을 찾아냈다고 한다. 실제 '타임머신'이라는 이름이 아니라 'LSP201'같은 제품명이었다면 지금처럼 크게 주목을 끌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타임머신 TV는 세계 평판 TV시장의 판도도 바꿔놓고 있다. LG전자의 성공을 지켜보던 일본의 도시바가 지난해 말 '잠깐만 TV'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데 이어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조만간 타임머신 기능을 갖춘 평판 TV를 선보일 예정이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