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있는 초·중·고교 중 정부에서 외국인 학생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인가를 받은 학교가 5년 전 10개에서 63개로 늘었다. 급증하는 한국인 학생들을 수용하기위해서다. 외국인 유학생 10명 중 한국인 학생은 4명에 달한다. 모 대학에선 한국인 유학생이 너무 많아져 국별 쿼터제를 도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 정도다. ◆폭발하는 한국 유학생 베이징시 화자디에 위치한 중·고등학교인 '94중'은 2002년부터 외국인 학생을 정식으로 받기 시작했다. 이 학교 2층에는 '유학생 사무실'이 있다. 90여명의 한국인 학생만을 위한 곳이다. 94중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의 90% 이상이 한국인이기 때문. 이 중 40%는 주재원 자녀가 아닌 순수 조기유학생이다. 국제부를 운영하는 다른 중국 학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북경 청산학원의 이동이 원장은 "15중이나 인민대 부속중도 외국인 학생의 80~90%는 한국인 학생"이라며 "지난해 베이징대에 입학한 외국인 유학생 중 72%가 한국인이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 박인채 베이징 지점장은 "중국 설인 춘절 직후와 새 학기가 시작하기 전인 2월 중순에는 관광 비수기인 데도 유학생들이 몰려 인천발 베이징행 비행기 표를 구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베이징에서 조기유학생을 위한 홈스테이(하숙)를 하는 박정렬씨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까지 보내겠다고 해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동이 원장은 "일부 명문 중·고등학교는 한국 학생이 너무 늘어나자 원서 접수기한을 엄격히 적용하는가 한면 고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일부 대학에서는 한국인이 너무 많아 나라별 쿼터를 적용할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하이 J대처럼 중국어 토플시험이라할 수 있는 HSK 성적도 요구하지 않고 한국 학생 유치에 적극적인 곳도 여전히 많다. 한국 유학생 러시로 이들이 중국에 뿌리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국 물가가 싸지만 수업료 숙식비 등을 합치면 1년에 1000만원 정도 들어간다. 방학 중에는 한국에 들어가고 생활비도 보수적으로 잡은 게 그 정도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해 중국 대학에서 한국 유학생이 쓴 경비는 약 5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왜 중국인가 베이징 57중의 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화정양은 중국에서 기업가가 되는 꿈을 일구기 위해 부모를 졸랐다. 이 학교는 외국인 학생도 거의 없다. 이양은 "중국 학생들과 직접 경쟁하고 싶어 외국학생이 없는 학교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류샤오쉬 교감은 "이양이 얼마 전 중간고사에서 중학교 3학년생 210명 가운데 19등을 했다"며 "이양 같은 우수한 한국 학생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4중의 국제반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장흥석 총감은 "이양처럼 중국 학생들과 어울려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게 조기 유학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미래의 확고한 비전을 갖고 조기 유학온 학생들 중 베이징대나 인민대 같은 명문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한·중 간에 교역이 급증하고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확대하는 한국 기업이 늘어나면서 수요가 많아지고 있는 중국 전문가가 되겠다는 뚜렷한 목표를 갖고 있는 학생들이다. SK중국지주회사 관계자는 "어문계 전공자가 많았으나 최근 들어 경영학과 이공계 부문에도 유학생이 늘어 좋은 인재를 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SK는 지난해 10여명,포스코는 석·박사급으로 4명,삼성전자도 석사급을 직접 채용했다. 어학 시험을 치지 않고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을 노린 도피성 유학이나 목표도 없이 무작정 오는 유학생도 적지 않다. 하숙생을 치고 있는 박정열씨는 "한국에서 공부하기 어렵다거나 부모들의 무모한 욕심에 등떠밀려 마지못해 오는 학생들은 공부도 힘들어하고 성공 확률도 낮다"고 말했다. 상하이=한우덕ㆍ베이징=오광진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